▲ 김채린 어서유성 활동가
▲ 김채린 어서유성 활동가

현존하는 직업의 수는 1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부터 미래를 연구하는 과학자, 강속구를 던지는 야구선수까지 다양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풀어내고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일들은 적다. 손가락 열 개로 셀 수 있을 정도일 터. 그러나 어서유성의 활동가 김채린(23·여) 씨의 이야기는 다르다. 꿈이 꿈에서 그치지 않고 꿈꾸고 행동할 때 비로소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점점 더 선명해지는 그의 꿈과 목표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드라마’라는 꿈을 꾸다
대한민국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드라마 열풍이다. 2000년 초반에는 장군의 아들을 다룬 ‘야인시대’로 시작해서 서른 즈음을 겪고 있는 이들을 울린 ‘나의 아저씨’, 레트로 열풍을 몰고온 ‘응답하라 시리즈’, 판타지물의 성공을 이끈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바야흐로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가 이토록 사랑을 받는 데에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김 씨가 드라마에 빠진 이유도 그러한 맥락이다. 대입 준비 당시에도 경영학도를 꿈꾸다가 어느새 TV 속 가상의 인물들을 통해 힐링을 받으면서 언론정보학과로 방향을 틀었단다.
“사람 사는 이야기 또는 역사를 좋아했어요. 여기서 경영학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지역에 귀 기울이기까지
그렇게 김 씨는 언론정보학과로 발을 내딛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특히 그가 활동하고 있다는 ‘어서유성’은 좀 더 뜻깊다. 유성구를 시작으로 대전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지역을 더더욱 이해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단다.

“원래도 지역에 관심이 있긴 했는데 어서유성의 경우 언론정보학과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생들이 지역에 더 관심 갖고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역 활동가 분들과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대전의 빵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학과와 어서유성의 경험이 맞아 떨어진 결과일까. 김 씨는 휴학 결정을 내린 후 방송국으로 발을 내딛었다. 지역매거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속된 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단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자기 이야기를 안고 살아 가고있지만 관심이 적다는 맥락에서다.

“대전·충남·세종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데 20년 평생을 살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나 이 일을 하고 나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냥 제 스스로의 삶에만 충실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연예계 가십거리나 정치적 이슈나 그런 것들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경험 토대로 더 큰 꿈을
그렇게 김 씨가 방송국과 어서유성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대전에 남으려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대전이라는 노잼도시에서 수십 년을 출근하고 살아남는 것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얘기다. 오죽하면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라는 제목의 책이 나올 정도다. 대전 청년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한결같이 입을 모으듯이 김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제가 대전에 살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체감상 대전에 머물려고 하는 이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지자체 정책도 청년들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책은 있지만 결국 청년들이 안심하고 지역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속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 아닐까요.”

앞서 사회에 진출한 사람 또는 사회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많은 청소년과 20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라’는 조언을 해주면 그 조언은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다. 오늘날 그 누구보다 고달픈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얘기는 사치라는 생각마저 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알기 어려운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김 씨의 목표는 보다 뚜렷하다. 지역의 이슈와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가볍지만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김 씨답게 그의 목표와 꿈은 더 큰 곳으로 귀결될 듯 하다.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것이 제 최종 목표입니다. 추후에는 제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생각과 구상하고 있던 내용 등을 드라마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