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금강 줄기를 따라 모래벌이 펼쳐진 금강곰나루.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내릴 듯한 날씨 속에 ‘4대강 사업 중단하라'는 등의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천주교 신부와 신도 2000여 명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사전 영향평가조차 없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날 인근 공주시 금강변 웅진탑 광장에선 ‘금강사랑 환경단체 범국민연대' 발대식이 열려 금강살리기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요구해 반대론자들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금강살리기 사업이 6·2 지방선거와 맞물려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지난해 6월 행복지구에서 첫 삽을 뜬 이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환경 보전, 공사 속도 조절, 예산 집중 문제 등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강살리기 사업 추진 어떻게정부는 지난해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통해 금강유역에 2011년까지 2조 8921억 원을 투입, 금강수계 노후 둑 보강과 토사 퇴적구간 정비, 하천 자전거도로 개설, 하천생태계 복원 등을 골자로 한 ‘금강종합정비계획’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이를 위해 정부는 사업 내용을 본 사업(1조 4623억 원)과 직접 연계사업(3182억원), 수자원공사 시행 용담댐, 대청댐 하류부사업 (1013억 원)으로 구분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하는 금강 본류 사업에는 ▲50개 생태하천 조성(199km, 사업비 5772억 원) ▲하도 정비(0.5억㎥, 3720억 원) ▲둑 보강(26개 71km, 2371억 원) ▲자전거도로 개설(248km, 303억 원) ▲자연형 보 설치(3개, 2023억 원) 등에 1조 6598억 원이 들어간다. 총 3182억 원이 투입되는 연계사업은 9공구(미호1)와 10공구(미호2), 11공구(갑천) 등 3개 공구에 1304억 원, 계속사업 9건에 1878억 원이 각각 소요된다. 이와 함께 수공 시행사업비로 1013억 원이 투입돼 대청댐 구간와 용담댐 구간을 2012년까지 정비하기로 했다.또 환경부 소관의 수질개선사업에 1362억 원,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의 농업용저수지 30곳 증고에 6767억 원이 투입된다. 물 확보 방안으로는 부여보와 금강보, 금남보 등 보 3개(5000만㎥)가 설치된다.구간 길이와 보 높이는 △하구둑~부여보 58.6㎞ △부여보~금강보 23.4㎞ 7m △금강보~금남보 18.7㎞ 7m △금남보~미호천 8.0㎞ 4m △미호천~역조정지 21.7㎞ 등으로 계획됐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6월 12일 충남 연기군 양화리 금강둔치에서 ‘금강살리기 생태하천조성 선도사업’ 착공식을 갖고 금강살리기 사업을 본격화 했다.그동안 정부는 선도사업인 금강 금남보 공사를 시작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난달 말까지 대전, 충남지역 10개 공구가 모두 착공했다.대전, 충남지역 금강살리기 사업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하는 행복지구 선도사업 등 5개 지구와 대전시, 충남도에서 발주하는 강경지구 등 5개 지구 등 총 10개 지구다. 정부는 본 사업을 2011년까지 완료하고 저수지개발, 수질개선 및 지류 연계사업을 2012년 완료할 계획이다.◆‘선도사업’ 현장연기군 금남면 ‘금남보’ 건설 현장, ‘금남보’는 강폭 360m(높이 2.8~4m)에 가동보 180m, 고정보 180m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4대강에 건설하는 16개 보(洑) 가운데 사업 선도지구에 포함돼 지난해 11월 10일 첫 삽을 뜬 후 전체 공정률 20%가 넘는 가장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다.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홍수기 전인 5월 말까지 가물막이 굴착과 구조물 축조 등 2단계 공사까지 완료될 예정이다.이어 오는 9월부터 우안부 2차 가물막이 공사를 포함한 3단계 시공을 시작해 2011년 3월 완공할 계획이다.◆금강살리기 사업 '변수'우선 금강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는 하천공사 시행계획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사업 추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현재 대전지법에 ‘본안소송’이 걸려 있다. 금강운하백지화국민행동을 비롯해 강 유역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대전지법에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이들은 국가재정법 위반(500억 원 이상 공사 의무사항인 예비타당성 조사 미이행)과 하천법 위반(하천법 제23, 24, 25조 절차 위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현지 조사 의무 및 최신자료 사용의무 위반 등 ), 문화재보호법 위반(수중지표 조사 미이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옛 풍한방직 인근에 조성되는 대덕보 설치를 두고도 심한 뒤탈을 앓고 있다.환경영향평가 자문회의가 환경피해와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사업 재검토’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중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달 15일 “환경영향평가 자문회의가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대전 대덕구 신탄진 금강제1교 부근 대덕보 건설사업에 대한 자문회의를 열고 환경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사업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소통 부재’금강살리기 사업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엔 ‘소통 부재’가 자리 잡고 있다. 정책 목표와 효과, 과정 등을 두고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국책사업임에도 지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사업이 아닌데 사전에 토론과 토의를 제대로 갖지 않았고, 지역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려고 노력도 하지 않아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정부는 종교계와 환경단체 등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 하는 데 대한 ‘맞불’ 차원에서 관제 여론전까지 벌이기로 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각 공구별 사업 주체가 다른 탓에 기능이 중복되거나 금강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사회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함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에서 홍보 부족이라고 해명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에선 우려했던 부분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금강살리기 목표 설정 논란최근 금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은 ‘용수부족 해소’, ‘홍수피해 경감’, ‘수질개선’, ‘지역경제활성화’란 사업 과제가 잘못 설정됐다는데서 비롯된다. 허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4대강 사업의 첫째 과제로 물부족 해결을 꼽았지만 용수가 부족하다는 근거가 없다. 허 교수는 “‘2006년 발표된 국내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서 9억 2500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 예측했으나 실제 사용량은 이보다 적어 하천을 가로막아 용수를 확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홍수 피해를 줄인다는 과제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에 물을 가둬두면 여름철 갑자기 내리는 집중 호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보가 설치되는 곳은 금강 하류이기 때문에 오염원이 많아 수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금강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과 달리 메이저급 건설사가 대부분의 시공을 맡아 각 지방의 지역 업체들에게 파급될 수혈효과와 고용창출의 효과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업이 과속으로 추진되는 것도 논란의 한 축이다.허 교수는 “진도(공정)가 나가면 끝나는 것 아니냐”며 “잠시 중단하고 되짚어봐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