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없는 22대 국회... 중장년 多
30대 당선인 14명 불과 20대는 0명
특정 계층·학력 등 추구 폐쇄 분위기 여전
공천, 낙선 이후 경제적 부담도 커

▲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민국 국회에서 ‘청년’이 실종됐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40세 미만 후보자는 5.4%에 불과했다. 총선 당선인 평균연령은 56.3세로 50·60대가 주를 이뤘다. 30대는 극소수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20대 당선인은 단 한 명도 나오지 못했다. 저출생·고령화의 늪 속에서 청년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할 보루지만 국회에서만큼은 그 중요성이 철저히 외면당했다. 청년은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저출생의 문제를 풀어낼 당사자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말로는 청년 이슈의 중요성을 부각했지만 정작 체감도 높은 정책을 마련할 청년 정치인 배출에는 사실상 손을 놨다.

◆청년 비례성 극히 저조

22대 국회도 50·60대 편향이 여전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 당선인 연령별 비율은 50대가 150명(50%)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60대 100명(33.3%)명, 40대 30명(10%), 30대 14명(4.7%), 70대 5명(1.7%), 80대 1명(0.3%) 순이다. 20대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나마도 거대 양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0대 당선인 14명 중 5명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소속이며 7명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이다. 나머지 2명만이 개혁신당(이준석·천하람)이다. 청년 당선인 비율은 20대 국회 1%, 21대 4.3%, 22대 4.6%로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OECD 평균(18.8%)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일각에서는 이미 기성 정치인이 공고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청년 정치인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현실을 짚는다. 지역의 한 의원은 “기성 의원도 빈자리에 도전하기 때문에 빈틈을 찾기 어렵다”며 “국회는 세대 다양성을 갖고 각계각층에서 모여 목소리를 내고, 대중과 소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하지만 정치권 역시 더욱 치열해진 거대 양당 구도에서 당선 경쟁력만 생각하기 때문에 경력을 가진, 스펙있는 이들을 우선으로 하고 이미 이들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 공천부터 난관
암담하게도 청년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공천이다. 공직선거법 47조에 따르면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할 시 후보자 중 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 또 지역구 후보자는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여성의 공직 진출을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자리를 할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인데 청년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오로지 정당별 당헌·당규에만 규정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규 78조에는 후보자를 추천할 때에는 청년 후보자(만 45세 이하)를 10% 이상 추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번 공천에서 청년·여성 발굴을 취지로 국민추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11명을, 더불어민주당은 9명을 각각 청년 후보로 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4·10 총선에서 청년추천보조금 기준을 충족한 정당이 없어 지급되지 않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도입된 청년추천보조금은 청년 후보자를 위한 선거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역구 10% 이상(최소 요건)을 청년으로 공천한 정당에 배분된다. 최소한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신입보단 경력

정치권에서도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뚜렷하다. 이 때문에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금배지를 달아본 기성 정치인이나 법조인이 주를 이룬다. 4·10 총선 당선인의 직업군은 현역 국회의원이 143명으로 압도적이었고 나머지는 정치인 80명, 변호사 23명 등 특정 직접군이 대다수다. 또 학력별로는 대학원 졸업 157명, 대학 졸업 110명, 대학원 수료 29명이었다.

지역 의원 A 씨는 “거대 양당 모두 새로운 청년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과적 효능감을 못 느낀 것인지 이번에는 신인을 발굴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법조인 출신 등 유명한 청년을 내세웠다. 하지만 청년들의 현실이 아니지 않냐”며 “국회에서는 법안을 다루기 때문에 신뢰감 등을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하나 이는 기득권과 청년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세대·성별·직종 균형을 맞춰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 떨어진 후에는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하기 어려운 데에는 공고히 다져진 기성 세대의 벽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도 적잖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공천 심사비와 경선비용도 청년에게는 부담이다. 한마디로 빛 못 보고 빚지는 현실이 더 우려스러워 포기를 하게 되는 상황이다. 4·10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공천 심사비 200만 원과 경선비용 1200만 원(차등)을,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심사비 300만 원과 경선 후보등록 기탁금 2050만 원(차등)을 공지했다.

낙선 이후의 생계도 보장받기 어렵다.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정치권에서 한 청년 의원들은 재선에 실패한 후 일반 직장에서도 쉽사리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맞물려 여성이면서 청년의원일 경우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더해진다.

A 씨는 “당선되면 정치인이지만 떨어지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20·30대 청년이다. 출마한 청년도, 임기를 끝낸 청년도 정치권을 벗어나 다른 직업을 가지려 해도 쉽지 않다. 4년 동안 돈을 누적해둔다고 해도 생계 유지엔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정치는 이제 옛말이 됐다”라며 씁쓸해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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