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업 외에도 부가적인 직업에 종사하다. 이른바 ‘투잡’이다. 최근 투잡을 하는 이들의 숫자는 55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제 밥그릇 하나 챙기기 힘든 오늘날이다. 설령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하더라도 투잡, N잡 등 다양한 일을 해낸다는 것은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관형(39) 씨의 이야기는 경이(?)할 정도다. 세무사 사무실의 공동대표면서 정치권에도 몸을 담고 있어서다.
◆안주보다 변화
김 씨는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무사 일을 시작했다. 경력도 자그마치 15년이다. 사회인으로서는 일사천리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20대 중반, 요즘으로 치면 소위 ‘MZ 세대’로 분류되는 나이지만 빠르게 전문직 일을 시작할 수 있던 비결은 끈질긴 엉덩이 하나란다.
“고시 준비, 소위 말해서 평소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즉 타고 난 두뇌파보다는 노력파인 저에게 알맞은 직업이라 생각이 들어 세무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리고 친아버지가 세무공무원 출신이셨던 것도 한몫했죠.”
다만 김 씨는 평생 직장을 얻은 만큼 자신감도 가득 찼지만 되려 아쉬움 아닌 아쉬움도 컸다. 평생 직장이라 할 수 있는 세무사 일을 이른 나이에 시작했기에 스스로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다녔단다.
“세무사는 지금 전념하지 않고 나이가 든 후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세무사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과거 전국적인 촛불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습니다. 그런 열망이 겹쳐지면서 정치에 뛰어들게 된 것이죠.”
◆넓은 시야, 많은 고민
20대 중반에 사회에 뛰어드는 이들은 많지 않다. 사회 초년생 중 초년생이다. 그런가 하면 30대 정치인은 ‘돌풍’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는 등 정치판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연령대다. 그렇기에 청춘의 시기에 사회를 겪고, 31살에 정치에 뛰어든 뒤 머지 않아 유성구의회까지 입성한 김 씨에게는 청년들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일 터다. 그러나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만큼 김 씨가 청년을 떠올릴 때는 한숨 아닌 한숨이 깊어진다. 청년이 청년답지 못한 모습을 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맥락에서다.
“청년들이 너무 재미없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숭고한 가치나 이념, 정의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나이에 현실적인 고민부터 해요. 예전 20대 친구들은 친구들과 연애나 영화, 음악이야기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요즘은 비트코인, 주식, 투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제가 청년일 때 코인이 있었다면 관심이 없었을 것 같아요. ”
취업을 해도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보니 현실의 벽에 좌절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전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의 고민은 더 무거워진단다. 곳곳에서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라고 칭한다. 성심당과 칼국수 등의 먹거리는 물론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거주 측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전 청년들에게는 질 좋은 일자리 적은 도시,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단다.
“대전 청년들은 수도권 청년들과의 차별을 느끼는, 즉 열등감이 있어 보입니다. 수도권으로 올라가기 힘드니까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 적잖죠.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방 청년들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부족한 기업 수가 지역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는 이유 같습니다. 수도권 편중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죠.”
◆전문성으로 내 목소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에 대한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그래서 김 씨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기다린다. 세무사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열심히 살고 정치인으로서 내일을 부단히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세무사 일만 했을 때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즐겁고 덜 힘든 일을 하는 게 즐겁고,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면 정치를 할 때는 규정된 틀에 대한 문제를 느끼고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더 높은 사람에게 목소리를 내는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어요. 앞으로 세무 전문가라는 부문은 세련되게 큰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과 정치인으로 같이 크고 싶은 게 꿈입니다. 세무사라는 전문성을 활용한 정치인이 되거나 전문가로 정치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