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한국문화의 내일을 낙관한다

▲ 우간다 쿠미 세종학당 한국문화실습.

“제 이름은 아콜 제나비입니다. 직업은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우리 반 귀여운 어린 학생으로부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평소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이 학생의 활짝 웃는 모습과 한국어 인사말이 너무 아름답게 들려와 바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쿠미 세종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안 한국어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우리 우간다 사람들에게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문화의 특이한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한글입니다. 세계 역사상 왕이 다스리는 나라에서 왕이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든 사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한글은 문자 발명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한글은 영어와 같이 표음문자로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을 조합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기 쉽고 24개의 문자로 약 8000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소리 나는 것은 다 쓸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 우간다도 한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간다 정부는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국가 간 문화교류가 향상되고 서로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 시대를 나란히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국이라는 문화 강대국의 한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간다 쿠미 세종학당 스피치 컨테스트 우승자로 서울대회 참가 예정)

2012년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세종학당은 한글과 한국문화를 교육, 전파하는 최일선 기관인데 12년 사이에 아시아 113곳, 유럽 54곳, 아메리카 27곳, 오세아니아 5곳 그리고 아프리카에 9곳 등 모두 208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세계 1700여 곳에 자국어와 문화 교육장이 있는 중국의 공자학원,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괴테 인스티투트(독일), 영국 문화원 등이 대규모 언어교육기관으로 손꼽히는데 그중 수그러들지 않는 K-컬처 열기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세종학당이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케냐,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코트디부아르, 알제리,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나이지리아 그리고 우간다 등지에 개설되었다. 아프리카 전체 50여 개국에 비하면 아직 소수지만 이곳에 점화된 한글 학습 열기는 뜨겁다고 한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한글을 배우며 한국문화를 동경하는 제나비 선생의 관심과 열정에서 우리문화의 세계화, 문화로 이루는 국력의 성장을 내다본다.

음악, 영화, 드라마, 예능, 음식, 미용 등 우리 대중문화와 일상 전 분야에 걸친 상상 이상의 열기는 과거 ‘한류’라는 이름으로 타오르다 한때 주춤하였으나 다시 점화되어 지금의 K-컬처를 이루었는데 이 불길이 언젠가 수그러들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말과 글을 널리 교습하는 일은 K-컬처의 지속과 부가가치 확산을 위하여 꼭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대전에서 중진 연극연출가로 활동하다가 2021년부터 아프리카 우간다 쿠미 세종학당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찬조 박사는 우리나라가 우간다에서는 아직 덜 알려졌고 국력이 열세인 현지여건에 비추어 외국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지만 그럴수록 더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체감위주의 실습과 경험의 기회를 넓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 소리 나는 거의 모든 음을 표기할 수 있다는 언어라는 점 등이 특히 외국인들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한글의 매력과 장점이라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듯싶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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