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대마도는 러일전쟁을 앞두고 1904년 본섬의 서쪽 아소만과 동쪽 미우라만을 관통하는 만제키 운하(万関瀬戸)를 뚫고, 그 위에 철교 만제키 바시(万関橋)가 국도 382호선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다리를 기준하여 북쪽을 상 대마도(上島), 남쪽을 하 대마도(下島)라고 한다. 만제키 다리에서 가까운 상 대마도인 도요타마마치(豊玉町)의 서쪽 아소만 해안에 와타즈미 신사(和多都美神社)가 있다. 와타즈미 신사는 니이(仁位) 버스정류장에서 차로 약 7분 정도 떨어졌지만, 교통편이 불편해서 대부분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니이 버스정류장 부근에 있는 도요타마 택시는 요금을 1000엔이나 받는다. 우리 가족은 외국에 나가면 대개 렌터카를 이용하는데, 렌터카는 렌탈료 이외에 주유비, 통행료, 주차비 등 지출이 만만치 않지만, 여행하면서 여행지를 둘러보거나 마음대로 휴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출국하기 전 관할 경찰서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1년이어서 다소 번거롭기는 하다.

신사란 일본인들의 전통 토속신과 국가나 지역에 큰 공적을 세운 인물을 봉안하는 공간인데, 와타즈미 신사에 이르기 전 도로에 큼지막한 도리이가 세워진 곳부터가 신사 경내임을 말해준다. 마치 합천 해인사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에 커다란 홍류문(紅流門)을 세워둔 것을 떠오르게 하는데, 신사 가운데로 도로가 가로질러 가듯 해서 조금 산만한 분위기이다. 신사에서 도로 오른쪽인 바닷가에는 도리이 5개 중 3개가 있는데, 밀물 때면 2개는 약 2m가량 바닷속에 잠기고, 1개는 밀물과 썰물 사이의 경계쯤에 세워져 있다. 아소만의 잔잔한 파도와 바닷속에 잠긴 도리이를 바라보면 마치 용궁(龍宮)을 연상케 하는데, 와타즈미 신사가 용궁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색적인 풍경에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고, 바다에 잠긴 도리이는 대마도의 유명한 포토존이 되었다.

일본서기는 남규슈 지방인 가고시마에서 진무천황(神武: BC 711~ BC 585)이 북상하면서 야마토(나라현) 지방을 정복하고, 난립해 있던 소국들을 통합한 뒤 BC 660년 천황이 되었다고 하는데, 와타즈미 신사는 일본 초대 진무천황의 할머니인 도요타마 히메노미코토(豊玉姫命)와 천신(天神) 히코호호데미노 미코토(彦火々出見尊) 부부 신을 모신 곳이다. 전설에 의하면 일본 건국 신화의 주역인 천신 히코호호데미노 미코토가 하늘에서 낚시하다가 떨어진 낚싯바늘을 찾으러 바다로 내려왔다가 용궁에서 해신(海神)인 도요타마 히메노미코토의 딸 도요타마 히메(豐玉姬)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임신한 도요타마 히메가 육지로 나와서 아들 호타카미노 미코토를 낳은 뒤 여동생 다마요리 히메(玉依姬)에게 아기를 맡기고, 다시 바다로 들어간 곳이 와타즈미 신사라고 한다. 하지만, 호타카미노 미코토와 이모인 다마요리 히메가 결혼해서 일본 초대 진무천황을 낳았다. 와타즈미 신사는 바다를 뜻하는 와타와 용궁을 뜻하는 즈미가 결합되었으며, 신사가 있는 도요타마 마치(豊玉町)란 지명도 해신 도요타마 히메노미코토에서 나왔다고 한다.

일본은 건국의 신 ‘니니기노 미고토’가 하늘에서 가고시마의 구지후루다케(龜旨峯)로 강림했다고 하는데, 이곳을 가라쿠니 다케(韓国岳)라고 한다. 국내 재야 사학자들은 ‘후루’는 ‘마을’이라는 우리의 옛말이고, ‘다께’는 봉우리를 뜻한다고 말한다. 또 와타즈미 신사가 일본의 다른 신사와 달리 5개의 도리이가 대마도 서쪽인 아소만에서 한반도의 가야 쪽을 향해 세워진 것도 김수로왕의 후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해 김씨 족보와 삼국유사 가락국기 전승 설화에서는 김수로왕은 왕비 허황옥과 사이에서 10남 2녀를 낳았는데, 왕위를 계승한 왕자 이외의 일곱 왕자와 묘견(妙見) 공주가 바다 건너 규슈의 다카지호노미네에 정착한 것이 일본인들의 천손 강림 신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 묘겐 공주가 가야인 9,000명을 데리고 규슈의 야스히로(八代市)에 상륙하여 히미코(卑彌呼) 여왕이 되었으며, 삼국사기 신라본기 8대 아달라 니사금 20년조(AD 173) 5월에 사신을 보낸 히미코 여왕이 곧 가락국의 공주라고 한다. 하지만,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 가야로 와서 김수로 왕과 혼인하고, 그 후손들이 다시 일본열도로 이주하여 후손을 퍼뜨렸다는 전설이 되는 셈이다.(자세히는 2022. 3. 23. 기리시마의 가라쿠니다케 참조)

와타즈미 신사는 도로 왼편의 깬자갈로 깔아둔 마당이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본전으로 가는 경내 왼편에 신사를 참배하기 전에 손을 씻는 정화수가 있는 곳을 테미즈야(手水屋)라고 하는데, 국자처럼 긴 손잡이가 있는 ‘물 뜨는 국자’가 히사쿠(久キュ)이다. 다른 신사보다 테미즈야 시설이나 규모가 매우 빈약하다. 와타미즈 신사에서는 매년 음력 8월 초하룻날 대대적인 축제를 벌이는데, 신사 입구에서 테미즈야 사이의 넓은 평지에서 일본 국기인 씨름 경기를 벌인다고 한다. 본전은 다른 신사와 다를 바 없이 위패를 모시고, 본전 건물 뒤에 있는 우미노미 산(海宮山) 숲길에 다마요리히메 분묘(豐玉姬之墳墓)라는 비석이 있다. 오래전부터 장례용 제단으로 쓰였던 바위를 사람들은 와타즈미 신사의 구지(宮司)가 기록한 낙교기문(楽郊紀聞)에서 ‘다마요리 히메가 니이(仁位)의 고산(高山)에 묻혔다’고 한 기록을 근거로 해신의 딸이자 진무천황 어머니인 다마요리 히메의 무덤이라고 하지만 신빙성이 없다.

와타즈미 신사는 바닷속으로 펼쳐져 있는 도리이의 낯선 풍경과 김수로왕 전설로 유독 한국인 여행객이 많이 찾는데, 지난 6월 6일 현지 매체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와타즈미 신사에서 '한국인 출입 금지' 팻말을 내걸고 출입을 제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신사 내에서 흡연은 물론 피우다 만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술에 취해서 가무음곡 하는 추태를 만류해도 무시하자, 그 동영상까지 공개하면서 출입금지 조치 했다고 하는데, 이런 어글리 코리안이 여전한 것을 보면 한국 여행을 온 중국인들의 길거리에 쓰레기 투척은 물론 노상 방뇨, 무질서 등의 추태를 비난할 수만도 없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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