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 한국학연구소장

인류의 생존조건에 물보다 소중한 게 없다. 인류문명이나 전세계의 도시가 물을 끼고 발달한 이유다. 거기에 산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서울을 경험한 외국인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도시 한복판을 흐르는 한강과 주변을 둘러싼 수려한 산이 전세계에서 서울만한 곳이 없다. 대개 도시가 강은 있어도 도시를 감싸고 있는 산은 드물다. 2000만 명이 넘게 사는 중국의 북경만 하더라도 산이 없는 게 흠이다. 배산임수의 명당론은 중국에서 나왔지만 정작 북경은 명당과 거리가 멀다. 어마어마한 고대 건축물 자금성이 들어섰지만 뒤를 받쳐주는 산이 없다. 주변에 인공호수를 파면서 나온 흙으로 높이 48m짜리 인공산 경산을 만든 것도 이를 보충하기 위함이다. 어차피 어울릴 자연이 없으니 궁궐 건축물을 크게 지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자연 조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우리네 고대 건축물은 자연을 넘지 않는 절제된 미적 아름다움이 대세를 이룬다. 자연과의 조화에 더 많이 신경을 쓴 우리만의 고대 건축물이다. 그 가운데 서울은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최적의 조건이다. 흐르는 물과 궁궐을 둘러싼 산의 조화는 환상에 가까울 정도이다. 이를 감안해서 중국 지인이 올 때면 시내 궁궐 답사는 가급적 피한다. 한강변을 따라 동서로 이어진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이용, 시내 마천루를 구경하고 곧바로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간다. 서울 시내 전체를 조망하며 북경과는 다른 한국만의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미관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자금성의 규모와 서울의 각개 궁궐을 비교하자면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북악산에 올라가 서울 시내 5개 궁궐을 함께 살펴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금성 못지 않은 궁궐 규모에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볼거리가 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자금성과는 완전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제 대전이다. 대전이야말로 서울 못지않게 산과 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빼어난 도시 경관이다. 사면으로 계룡산, 계족산, 식장산, 보문산이 있고 시내 한복판으로 갑천, 유등천, 대전천이 흐른다. 인공 운하가 아닌 자연스레 형성된 하천임에도 대전 시내 어디로든 연계됐다. 하천변 어디나 잘 정비된 자전거길과 산책길은 낭만과 여유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조금 여유가 있어 복잡한 시내 도로보다 강변길을 따라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면 대전만의 도시문화를 만끽하며 목적지로 갈 수 있다. 곳곳에 대전시가 관리하는 공영자전거 타슈 대여소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천변따라 들어선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도시문화다.

갑천에는 대한민국 과학의 요람 대덕연구단지와 엑스포공원이 있다. 대전천에는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 대전역과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는 원도심 문화거리가 있고 발품만 조금 팔면 성심당도 갈 수 있다. 그리고 유등천에는 역시 대전에서만 볼 수 있는 뿌리공원, 족보박물관, 한국효문화진흥원이 자리했다. 혹 대전을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보문산이나 식장산을 오르면 된다. 특히 식장산 정상에서는 자연과 어우러진 대전 시내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내에서 가까운 보문산 정상에 남산타워 같은 전망대가 있다면 좀 더 대전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식장산 정상에서 대전을 바라볼 수 있어 다행이다. 타지 사람이나 외국 지인이 오면 식장산에 올라 대전 전체를 조망하고 갑천 과학단지로 가 대한민국 과학요람의 현장을 둘러본다. 다음으로 유등천 효문화단지로 향해 한국만의 각종 효문화체험을 하고 끝으로 대전천 주변에 있는 성심당과 대전역 인근의 근대도시문명을 돌아본다. 그 어떤 다른 도시에서 체험할 수 없는 대전만의 도시문화다. 한마디로 대전의 특징은 산과 하천을 따라 들어선 근현대 문화고 특히 전통 효문화와 현대 과학문명의 어울림은 대전만의 도시문화이자 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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