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보다 훨씬 연약한 존재인 조류(鳥類)가 지구 어느 환경에서나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종(種)의 자연에 대한 뛰어난 적응력 덕분일 것입니다. 이 점이 언제나 자연을 지배하려고만 드는 인간과 다른 미덕으로 보이지요.”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이태영 한남대 명예교수는 탐조(探鳥) 출사에 나선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당시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서부터 이 다양한 모습의 철새들이 보여주는 다채로운 먹이 활동이나 날갯짓에 매료되어 틈만 나면 카메라와 장비를 챙겨 나선다.
“조류 촬영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새를 찾거나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지요. 참기 힘든 더위나 추위 속에서 하루 종일 헤매고 다녀도 별 소득이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피사체인 새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새가 나에게 촬영을 허락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 늘 긴장한 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요. 천신만고 끝에 새를 만났더라도 등을 보이고 있으면 찍는 맛도 의미도 거의 없게 됩니다.”
새들의 습성이나 특성을 알아야 어떤 새를 볼 수 있는 특정 시기, 시간 및 장소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조류 촬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10㎝ 남짓 조그만 산새들이 종족 보존을 위해 둥지 만들기, 포란, 육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소(離巢)에 이르기까지 새끼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철새의 이동 시기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수천, 수만 ㎞를 쉬지 않고 비행하여 매년 같은 장소를 찾아오는 그들의 불가사의한 능력은 또 어떠한가라고 묻는다.

“개인적으로 어떤 새를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했다면 그것은 지극히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거나 아니면 그 새와의 필연적인 인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그 새와의 만남은 언제나 소중한 의미로 남지요. 새를 찾아 나서는 것은 이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며, 이 때 겪는 지루함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조류 촬영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의 이런 노고로 이루어진 고화질의 동물 생태사진과 동영상 콘텐츠에 첨단 IT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인공시설에 가두어 놓고 관람하지 않아도 훨씬 더 자연스럽고 생생하며 입체적인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굳이 ‘동물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쾌적한 시설과 환경의 동물원을 조성한들 자연 속 서식 환경에 비할 수 있을까. 어려움을 무릅쓰면서 정밀하고 예술적인 사진, 영상을 기록하는 분들의 작품이 이제 우리 안에 갇힌 동물 관람을 대체하는 ‘사이버 동물원’, ‘디지털 사파리’, ‘IT 새 공원’ 등으로 더 넓게 활용되었으면 한다. 철책과 유리창 안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우울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 뛰노는 모습을 고화질 입체영상으로 보는 친환경 사이버 동물원으로 대체될 날을 기다린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