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출신 실업자 1년새 23.1%↑
생계형창업 많아 재취업도 쉽지 않아

#. 지난 연말까지 카페를 운영한 후 폐업한 A(34) 씨는 취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해 귀향했다. A 씨는 “자신있게 시작한 카페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빚이 불어나면서 결국 폐업을 했다. 폐업 후 취직하려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고 식당 서빙이라도 알아봤는데 전부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어 결국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라고 했다.

인건비, 월세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장사를 접은 자영업자가 한 해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부진의 이유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폐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도 크게 늘었다.

15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이다. 이는 전년(86만 7292명)보다 11만 9195명 늘어난 수준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 부진’이 전년(40만 6225명)보다 7만 5958명(18.7%) 늘어난 48만 2183명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 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이 27만 65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비스업(21만 7821명), 음식업(15만 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컸다. 부동산임대업(9만 4330명), 건설업(4만 8608명) 등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산업의 관련 폐업자도 많았다.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사업을 접은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실업자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만 6000명이다. 1년 전(2만 1000명)과 비교하면 23.1% 급증했다. 자영업자 출신 실업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 44.5% 급감했다가 지난해(5.9%)와 올해(23.1%) 2년 연속으로 증가했다. 자영업을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이 전체의 61.8%나 됐다. 이들이 취업시장으로 뛰어들어 경제활동을 해야 부진한 내수를 살릴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년 새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6만 8000명으로 1년(25만 3000명)전보다 6% 증가했다.

이처럼 자영업자의 위기가 계속되고 폐업 이후에도 좀처럼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영향이 크다. 실제 지난 1∼5월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처럼 내수가 부진하니 자영업자가 수익을 내지 못해 폐업하고 경기마저 어려워 취업에 실패하는 것이다. 국내 소상공인의 특징은 생계형이라는 건데 이는 임금근로자에서 밀려난 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단 뜻이다. 취업시장에서 이들의 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자영업 소상공인 지원 종합 대책을 담아 발표했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내수를 살릴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은 기자 yarijj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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