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가입국, 올림픽 참가국
이번 주 금요일 시작되는 파리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저조해 보인다. 예정보다 1년 늦게 그것도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던 도쿄 올림픽 후유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계 200여개 국 2만여 명이 각축을 벌이는데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 15위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 당시 4위의 성적이 홈 그라운드 이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뒤 여러 차례 10위권 이내에 드는 등 혁혁한 전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UN 가입국이 193개국인데(바티칸 시국과 팔레스타인 등 2개 옵저버 제외) 파리 올림픽에는 200여개 나라가 참가하니 명실공히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 올림픽을 통하여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으로 고단한 나날을 영위하는 지구촌의 화합과 친선을 다지는 좋은 기회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UN에 가입하지 않은 많은 나라가 존재한다. 대만이 그렇고 작년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은 남태평양 작은 나라 니우에에 이르기까지 숱하다. 1945년 출범 당시 51개 나라였던 UN이 지금 200개 가까운 가입국으로 확대되는 동안 1950∼1960년대 유럽 각국의 식민지에서 앞 다투어 독립했던 많은 나라, 유고연방과 소련 해체로 주권국이 되어 대거 가입하면서 UN의 몸집은 크게 불었다. 국제 평화와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침략과 분쟁, 테러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공휴일이었던 유엔의 날이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부터 쉬는 날 목록에서 제외된 사실이 UN의 위상과 영향력을 일정 부분 반영해 주는 듯하다.
대한민국은 오랜 시도 끝에 1991년 표결로 북한과 함께 가입하였고 영세중립국 스위스는 2002년에야 UN 회원국이 되었다. 각국이 이런저런 사유로 UN 가입을 미루다가도 결국 동참하는 것을 보면 아직 국제연합이라는 큰 우산의 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주피스 공화국
우리나라와 함께 1991년 9월 17일 UN에 가입한 ‘입사동기’ 중의 하나인 발트지역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는 ‘우주피스 공화국’이 있다.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살벌한 국제관계 구도에서 이 나라의 위상은 독특하다. 1997년 4월 1일 독립을 선포한 이래 매년 만우절 하루 독립국가로 존재한다. 나름 재정부, 국방부 같은 조직도 구비하고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대사도 두고 있으며 예전에는 군대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보안관의 순찰 수준으로 운영된다. 이 일대는 당초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빌뉴스에서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는 제조업체들이 있었는데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일 년에 하루라도 우리들의 나라에서 살아보자 라는 취지로 조성한 문화행사형 국민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개천 규모의 빌넬레 강을 건너 왼쪽 길을 따라가면 알록달록한 조각이며 벽화 갤러리가 우주피스 공화국 입국을 환영한다. 연중 독특한 관광지로 입지를 굳힌 우주피스 공화국의 평화, 자주, 문화정신은 되새길 만하다.
‘강 건너 마을‘이라는 뜻의 우주피스 공화국, 흡사 ‘우주’에 ‘평화’를 염원하는 듯한 발음의 재치 있고 코믹한 발상의 가상 공화국을 둘러보는 짧은 시간 동안 지구상 국가가 UN 기준 195개국인지, 올림픽에 참가하는 206개국(예정), 또는 그 이상인지 헤아리는 것이 부질없어 보였다. 전쟁과 핍박 없이 자국 영토에서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