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대마도의 동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히타카쓰는 행정구역상 규슈에 있는 나가사키현 관할 ‘쓰시마 시 가미쓰시마 정 히타카쓰(対馬市 上対馬町 比田勝)’라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주민은 고작 1500명 정도가 살고 있어서 한낮에도 길가를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을 별로 볼 수 없을 정도이고, 주민들이 우리의 동사무소 격인 초(町) 이외의 관공서 업무를 보려면 시청·경찰서 등 관공서가 있는 이즈하라까지 가야 한다. 히타카쓰에서 이즈하라까지 대중교통인 버스는 하루에 4회 운행할 뿐이고, 우리의 도청(道廳) 격인 나가사키로 가는 직항 페리도 없다. 규슈의 가장 큰 도시인 후쿠오카의 하카타항까지 운항하는 페리 하나가 있을 뿐이다. 일본의 대도시로 나가려면 이즈하라에 있는 쓰시마 공항으로 가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야 한다. 반면에 히타카쓰에서 부산까지 58㎞는 뱃길로 불과 1시간 10분 거리로 한국과 제일 가깝다고 부산까지 왕래하는 페리가 운항하고 있는 반면에 후쿠오카까지는 뱃길로 132km 떨어져 2시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주민들은 반드시 일본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대개 부산으로 건너와서 쇼핑이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한다.

부산에서 대마도로 가는 배편은 이즈하라항과 히타카쓰 두 항구가 있어서 히타카쓰는 국제항(?) 대우를 받고 있다. 히타카쓰는 대마도에서도 바다낚시에 가장 좋은 장소로 소문나서 오래전부터 한국의 강태공들이 주말마다 개인 혹은 단체로 낚시하러 많이 찾아가는 곳이고, 면세점 쇼핑이나 당일치기 여행으로 찾아가는 한국인도 많다.

대마도를 찾는 관광객 중 한국인이 90% 이상이라고 할 정도여서 이즈하라는 물론 히타카쓰에도 여행객을 위한 호텔과 여관이 많고, 대부분 가게와 음식점, 숙박 시설에서는 한국인 여행객을 위하여 한글 안내문은 물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특히 히타카쓰에는 낚시꾼이나 자유여행객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민박집이 많은데, 민박집에서는 하루 세 끼 음식 제공은 물론 낚싯배를 알선해 주는 등 한국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어서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한국인이 여행하는 데 불편함이 거의 없다.

우리 가족은 이즈하라에서부터 렌터카로 여행하면서 북상했는데, 히타카쓰에서는 출국 전에 예약한 토요코 INN 호텔(東橫)에 투숙했다. 히타카쓰의 북쪽 해안도로로 약 4㎞쯤 떨어진 바닷가에 토요코인 호텔은 일본의 세계적인 호텔 체인으로서 국내에도 가맹점이 많고, 대마도에 이즈하라와 히타카쓰에도 있다. 토요코인호텔로 가는 중간에 러일전쟁 당시 쓰시마 해전지를 비롯하여 미우다 해수욕장, 그리고 이곳을 지나면 조선 역관 위령비와 한국 전망대, 신라 내물왕 때 인질로 갔던 왕자 미사흔을 돌려보내고 순국한 박제상 순국비 등 유적지가 많다.

국내에서 미리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다면 설령 갱신 운전면허증 뒷면에 영문 면허증이 있더라도 렌터카를 이용할 수 없고, 이즈하라나 히타카쓰항 부근에서 자전거나 전동 바이크를 빌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즈하라와 달리 히타카쓰에서는 경사진 도로가 대부분이어서 자전거보다 전동 바이크가 훨씬 좋다. 렌터카는 차종에 따라서 1일 7500~10만 엔이고, 추가 1일당 4000~5000엔이다. 전동 바이크는 2023년 9월 현재 2000엔이다.(자세히는 2024.7.10. 히타카쓰 개요 참조)

섬 안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잔잔한 바다가 일품인 미우다 해수욕장은 히타카쓰에서 유일한 온천탕인 나기사노유(渚の湯) 온천탕이 바로 옆에 있고, 그 위쪽에 토요코인호텔이 나란히 있다. 미우다 해수욕장은 1996년 일본 환경성이 선정한 ‘국내 아름다운 해변 100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데, 특히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가루가 된 모래사장으로 유명하다. 해수욕이 아니더라도 바다 가까이에 있는 작은 돌섬은 풍광이 멋진 포토 존이 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이곳을 찾았을 때는 피서철이 지나서 해수욕은 하지 않았지만, 입구 왼편 관리사무소 옆의 샤워 시설이나 바다 쪽 왼편에 넓은 그늘막 등 해수욕장의 규모와 서비스를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주민이 15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인 히타카쓰에 호텔과 펜션, 민박집이 즐비하고, 히타카쓰에서 동북쪽으로 4㎞쯤 떨어진 해안에 나기사노유 온천탕, 미우다 해수욕장, 토요코인호텔 등이 나란히 있는 것은 여행객과 해수욕객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주민이 적고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자동판매기를 많이 설치하고, 또 상설 매장보다 관광지를 찾아가는 이동 포장마차가 발달한 것은 일찍이 사이판, 티니안 여행 때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도 관광지에 이런 차량에 의한 포장마차가 많고, 한국인 여행객이 많아서 한글 메뉴판이 영어나 일본어보다 더 크게 적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부산에서 가까운 경상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아침 배편으로 미우다 해수욕장을 찾아갔다가 오후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해수욕객이 많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매년 피서 시즌이면 국내에서 고속 도로의 차량정체와 해수욕장에서의 바가지 등을 피해서 이곳을 찾는 한국인 피서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해수욕장 주변의 호텔이 아니더라도 펜션과 야영장도 넉넉해서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오붓하게 즐기는 피서객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미우다 해수욕장 앞에는 주차장도 널찍하다. 또, 미우다 해수욕장 바로 위쪽에 있는 나기사노유 온천탕은 히타카쓰에서 유일한 온천탕이라고 하지만, 온천수에 포함된 유황 성분 등 다른 광물을 특별히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단순 온천탕 같다. 요금은 어른 600엔, 70세 이상 경로자는 400엔으로 우리의 대중목욕탕 요금 수준이다. 타월을 준비하지 않으면 대여료 200엔을 따로 받는다, 욕조가 1층에 있고, 유리창과 방충망으로 오픈시켜서 바닷바람이 코끝을 신선하게 해주지만, 실내에도 온천탕, 냉탕과 노천탕도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하고, 월요일은 휴무다. (토요코인호텔에 관해서는 2024. 7. 10. 히타카쓰 개요 참조)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