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은 늘리고 콘텐츠는 강화하고 ‘꿀잼도시’로의 환상 여행
세계적인 도시라 하면 명성에 걸맞은 문화콘텐츠 하나쯤 갖고 있기 마련이다. 발길을 붙잡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유무형의 매력을 딱히 정의하긴 어려워도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이유를 식별하는 눈은 비슷하다. 문화콘텐츠는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지면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됨으로써 도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주도한다. 우리는 문화콘텐츠가 곧 경쟁력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노잼도시’ 대전이 자타공인 ‘꿀잼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문화콘텐츠 발굴로 삼은 건 따라서 타당성이 있다. 대전 0시 축제가 선봉에 설 채비를 마쳤다.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추구하며 당당히 히트작 반열에 오른 0시 축제가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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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시 축제라 쓰고 성공 축제라 읽는다


#. 14년 만의 부활, 알에서 깨다
“축제가 단순히 먹고 노는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며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장우 시장이 강조해 온 축제 철학이다. 한여름 도심 한복판을 가로막고 축제를 위한 멍석을 깐다는 건 어지간한 과감성과 결단력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해 보지 않고는 가늠할 수 없던 가능성을 14년 만에 부활한 0시 축제가 몸소 보여줬다. 1993년 대전엑스포 이래 대전에서 열린 단일 행사로는 최대인파인 109만 명을, 그것도 무사고로 영접하면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0시 축제는 바가지요금 없는 축제, 쓰레기 없는 축제로 차원이 다른 기염을 토했다.
첫 단추를 야무지게 채웠다 보니 기대가 상승하고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때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유에서 진화를 이루는 게 더 어렵다. 0시 축제가 묻는다. 2년 차 징크스가 뭐예요?

#. 2년 차 징크스가 뭐예요?
올해 0시 축제는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중앙로 일원 대전역∼옛 충남도청 구간(1㎞)과 인근 원도심에서 펼쳐진다. 축제는 매일 오후 2시에 시작해 자정(0시)까지 진행되며 행사 구간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돼 차량 통행이 통제된다.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캐치프레이즈로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 축제로 기획됐다. 지난해보다 기간은 이틀 늘고, 공간은 원도심 상권과 옛 충남도청사 구역까지로 확대됐다. 외연만 확장한 게 아니다. 직관하는 재미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에 있는 법, 풍성하게 채운 축제의 속살을 시원하게 ‘스포’해 본다.

◆ 퍼레이드 어디까지 봐 봤니?
지난해 3회 진행한 길거리 퍼레이드는 남녀노소에게 호응도가 높았던 프로그램이다. ‘매일’로 장단을 맞췄다. 군악대·패션모델·모터사이클·민속놀이 등 소비자의 바람에 부응하는 다양한 색깔의 퍼레이드단이 출연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광복절인 15일엔 외국 백파이프단과 군악대가 펼치는 특별 퍼레이드를 만나볼 수 있다. 여기까지면 왠지 섭섭하다.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증기기관차와 수소트램, 우주선을 소재로 한 퍼레이드카와 공연단이 9일간 행사장을 누비며 시간여행을 안내하고 8월 14일엔 서울이 아닌 대전 0시 축제에서 롯데월드 퍼레이드단의 특별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

◆ 꿈길을 걷다, 지역 문화예술의 힘
대전 0시 축제가 문화예술공연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모원려를 읽을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의 공연 기회를 대폭 확대한 것은 반석 다지기다. 행사장 인근 버스킹 무대, 소극장 등 실내 공연장, 갤러리 등 25개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행사 1주일 전부터는 소규모 공연, 전시회, 연극제 등 다채로운 사전 붐업 행사도 열린다. 더불어 평소 접하기 힘든 시립예술단(교향악단, 무용단, 합창단, 연정국악단)이 번갈아 한여름밤 문화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축제를 지향하는 만큼 첫선을 보이는 해외도시 예술단의 초청공연에도 눈길이 간다. 일본 삿포로시, 대만 가오슝시, 베트남 빈증성, 중국 우한·난징·칭다오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시 등에서 120명 이상의 시민대표단과 공연단이 방문해 이국적인 예술의 향취를 전한다.

◆ ‘둠칫둠칫’ 풍악을 울려라
축제는 리듬을 타야 제맛이다. 대중성이 짙은 음악이 연일 흥을 돋운다. 먼저 축제의 모티브가 된 추억의 대중가요 ‘대전부르스’는 전국 규모의 창작가요제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된다. 전국 댄스페스티벌, 대전 K-힙합페스티벌 등 온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K-POP은 한류 문화를 세계에 알린 일등 공신이다. 댄스·발라드·힙합·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실력 있는 국내 정상급 뮤지션이 매일 출연하는 K-POP 콘서트는 한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안성맞춤이다. SG워너비·STAYC·헤이즈·화사·이무진·다비치·10CM·다이나믹듀오·비오·코요태·바다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펼치는 다채로운 공연은 놓치면 손해다.
K-트로트가 빠지면 섭섭하다. 장민호·박서진·김수찬·박지현·김의영·설운도 등 정상급 가수가 총출동해 구수한 트로트의 세계를 선사한다.
8월 15일 대전 출신 스타의 밤은 특별 이벤트다. 서경석·차지연·김의영·VOS·스우파2 베베 등이 출연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빚는다.
◆ 유일무이 과학수도의 스웨그
대한민국 과학수도는 대전이다. 그래서 가능한 스웨그,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과학 콘텐츠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노반도체·우주항공·바이오헬스·국방산업 등 대전의 4대 핵심 산업은 물론, 대덕특구 출연기관과 지역 혁신기업의 성과물로 무인 자동차, 누리호 발사체, 로봇 등을 만나볼 수 있고 AI·VR·3D·로봇 기술을 활용한 재미있는 과학 체험도 가능하다.

◆ ‘대전 꿈씨’ 일가를 이루다
대전을 상징하는 캐릭터는 꿈돌이와 꿈순이다. 1993대전엑스포에서 태어난 ‘대전 꿈씨’의 시조 꿈돌이에게 아들·딸·친구 등 8명의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새롭게 태어난 꿈씨 패밀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기다린다. 100m에 이르는 꿈씨 패밀리 포토존과 팝업 스토어, 행사장 곳곳에서 설치된 꿈돌이 포토존, 그리고 인형 탈을 쓴 꿈씨 패밀리가 관람객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 갈 채비를 마쳤다.

◆ 패밀리 테마파크를 아시나요?
미래존인 옛 충남도청사 공간은 패밀리 테마파크로 조성돼 행사 1주일 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이를 걸맞게 온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프로그램을 장착했다. 캐릭터존·미디어아트·루미나리움·과학체험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볼거리·체험거리가 진행되며 희귀한 국내외 슈퍼카를 직접 시승해 볼 수 있는 전시회도 함께 열려 잠시나마 아빠들의 로망을 실현해준단다.
◆ 내 발로 하는 시간여행
8월 9일 오후 6시부터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에어쇼를 선보인다니 진귀한 광경을 놓칠 순 없다. 찰나를 흥분시킬 공연이 있다면 붙박이 테마 여행도 있다. ‘시간여행 축제’라는 테마에 충실하게 행사장은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날 수 있는 존(zone)으로 나눠 마침맞은 콘텐츠로 연출된다. 과거존은 1905년 대전역이 생기면서 성장한 대전이라는 도시의 과거 모습을 관객 참여형 연극인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기차 멀티쇼, 무성영화, 레트로 코미디언쇼, 트로트 공연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존에서는 길거리 문화예술공연, K-POP 콘서트, 길거리 퍼레이드, 해외도시 체험, 지역기업과 다양한 이벤트가 대기 중이고, 미래존은 혁신 과학기술 전시·체험, 꿈씨 패밀리 포토존으로 운영된다.

◆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마당
올해 축제는 ‘대전다움’을 대폭 보강했다는 게 대전시의 자랑이다. 말마따나 시민·문화예술인·상인·기관·기업의 참여를 확대했다. 대전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마당이다. 150명이 넘는 대학생·시니어 모델이 펼치는 대규모 패션쇼 퍼레이드가 8월 11일에 찾아오고, 광복절인 8월 15일에는 시민 300명이 참여해 광복의 환희를 연출한다. 8월 16일에는 전통민속놀이단 200명이 퍼레이드를 통해 대전의 전통문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폐막일인 8월 17일에는 시민과 마을합창단이 어우러진 1000명의 대규모 공연단이 ‘대전부르스’를 합창하면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지역 청년 작가 90명은 자신의 미술작품을 ‘착한 가격’으로 직접 판매하고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미술품 직거래 장터를 매일 열며, 대학생·상인 등 30팀이 참여하는 프리마켓도 진행된다.

◆ 금강산도 식후경, 대전의 맛에 빠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사는 것이다. 그럴 가치가 있다. 0시 축제의 먹거리는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더구나 원도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먹부림’ 한번 부려보자. 먹거리존이 지난해 4곳에서 6곳으로 확대된다. 참여 점포도 80개에서 120개로 40개 늘었다. 대흥동·선화동의 맛집이 총출동하는 먹거리존과 한방차·한방 먹거리를 품은 한방에먹방, 중앙시장 야시장, 0시 포차, 마른안주·맥주와 함께하는 건맥페스타가 골라 먹는 재미를 보장한다.
다른 도시는 몰라도 0시 축제에 바가지요금은 없다. 먹거리존에서 판매되는 상품가격을 사전 공시하는 자신감으로 혹시 모를 유혹을 차단한다. 여름철 식품 위생 안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등 손님맞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지역기업과 기관이 함께하는 ‘상생의 가치’
하나은행·CN시티에너지·㈜선양·대전부르스주조 등 지역기업과 K-water,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지회, 목원대학교, 대덕특구 출연기관 등이 각자의 개성 넘치는 콘텐츠를 펼쳐 보인다. 사회적경제 50여 개 기업과 소공인 17개 업체가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도 뜻깊다.
축제 로고와 꿈씨 패밀리는 굿즈로 다시 태어난다. 지역 관광기념품 생산업체 30개와 공예품을 만드는 20개 업체가 약 300종의 굿즈를 선보인다. 팬심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다.

#.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무사고는 계속된다”
109만 명이 즐긴 축제에서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대전시의 안전 의식과 방문객들의 시민 의식을 반영한다. 시가 다시 한번 고삐를 죈다. 시는 ‘축제의 성패는 안전에 있다’는 확고한 목표 아래, 행사 안전관리에 최선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소·시간대별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안전관리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1㎡당 최대 3명 이하로 인파 밀집 관리를 도모하고, 경찰·전문인력·공무원·자원봉사 등 1일 투입되는 안전관리 인력을 565명으로 유지한다. 과거·현재·미래존 구역별로 안전관리팀장을 지정해 장소별 책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메인 무대·성심당·중앙로역·지하상가 연결구간 등 안전 취약 지역은 안전요원을 상시 배치해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사전에 인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스마트 선별 관제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인파 관리를 강화한다. 행사장 내 설치된 141대의 CCTV를 통해 모니터링된 자료는 통합관제센터와 안전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교통상황과 인파 밀집도를 파악해 비상 상황에 대응하게 된다. 지하철의 경우, 인파 밀집 우려가 있을 때 중앙로역을 무정차 운행하고 역내에 안전관리 인력을 배치해 시민 안전을 돕는다.
이열치열도 좋지만 폭염 대비는 선택 아닌 필수다. 행사장 곳곳에 그늘막 트러스와 쿨링포그 시설을 설치해 더위를 식혀줄 예정이다. 궂은 날씨도 대비한다. 시간당 5㎜를 기준선으로 미만이면 일정대로 진행하고 이상이면 우의 지급, 방수 대책 등 관련 지침에 맞도록 준비했다.
축제 종합상황실은 최근 시에서 매입한 옛 대전부청사 건물 내에 위치한다. 교통·안전·치안·소방·환경 등 6개 상황실이 입주해 행사장 근거리에서 안전을 도모하게 된다.
이 밖에도 시는 응급환자 구조체계 확립, 행사장 비상 통로 확보, 안전 시설물 배치,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등을 통해 빈틈없는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 시민 협조에 달린 성패,
이해와 배려를 당부하다
중앙로 일원 행사 구간은 준비기간을 포함해 오는 7일 새벽 5시부터 18일 새벽 5시까지 11일간 통제된다. 시는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 최소화와 관람객 안전 극대화를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행사 구간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됨에 따라 자가용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해 행사장에 오가는 것을 권장한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은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 인근에 주차하고 행사장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지하철은 매일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되고 하루 28회 이상 증편 운행된다.
1일 500명 이상 교통통제 인력배치, 29개 시내버스 노선 우회 운행, 행사장 우회도로 확보, 택시 임시승차대 운영, 사전 홍보 강화 등의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협조가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
#. 이장우 시장이 보내는 초대장

“대전 0시 축제를 5년 이내 아시아 1위·세계 3대 축제 반열에 올려 대전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이장우 시장의 바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23~2024년 ‘K-컬처 이벤트 100선’,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되는 등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0시 축제지만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가 중요하다.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면서 내년 축제를 기대케 하는 성공사례가 나와줘야 한다. 준비는 끝났다. 이 시장은 “올해는 지난해 나타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 만큼 방문객 200만 명, 경제적 효과 3000억 원의 성과를 가져오도록 착실히 준비해 가겠다”면서 “대전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한여름밤 축제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정중히 초대했다.
김현호·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