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률 관심
개학 맞은 학교 교과서 선정 앞둬
현장선 “채택률 높이려 우회 서술
상식 있는 교사라면 채택 않을 것”

▲ 사진=연합뉴스

<속보>=교육부가 새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직후 교육현장의 시선이 하나로 쏠리는 양상이다. 뉴라이트의 역사 수정주의 인식이 교묘하게 엿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지역 교육현장에선 검정 통과보단 교과서 채택률 높이기가 목표라는 진단이 나온다. <본보 9월 2일자 5면 등 보도>

2022개정 교육과정 적용으로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대한 다각적 평가를 유도하거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은 부각하면서도 독재와 같은 과(過) 쏙 빼는 등 친일과 독재를 약삭빠르게 기술하면서다.

특히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축소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 책임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반영하며 보수를 코드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대폭 수용했다. 앞서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본보와의 대담에서 “이번 새 역사 교과서는 과거 교학사 교과서나 국정 교과서보다 더 교묘할 것”이라고 한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검정을 통과한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의 운명은 이제 학교에 달렸다. 곧 학교들이 새 역사 교과서 선정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통상 이 과정이 새 학기 넉 달 전엔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내달 말쯤이면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의 존폐 여부가 갈릴 전망인데 논란이 적잖아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학력평가원의 공신력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혼동할 만한 기관 이름에서 보듯 나름 영향력있는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검정 자격을 갖추는데 필요한 출판 실적도 미미하고 교과서 집필진은 뉴라이트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교육현장에선 학력평가원의 역사 교과서는 검정 통과가 목적이라기보다 학교에서의 교과서 채택률을 높이는 게 본래 의도 아니냐는 시각이 흘러 나오는 분위기다. 일부러 건국절 등 뉴라이트 역사관의 직접적인 서술 방식을 우회해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후 학교 채택률 높이기에 집중하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대전 A 고교의 한 역사교사는 “검정 기준을 맞춰서 교과서를 썼다는 것 자체가 이게 목표가 아니라는 방증이고 만약 일정 정도 학교에서 채택된 후에는 맘 놓고 그들만의 경도된 역사관을 적극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며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후쇼샤 역사 교과서도 그런 전철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에서의 학력평가원 교과서 채택 전망은 그리 높지 않다. 이미 교학사 교과서나 국정 역사 교과서의 말로를 똑똑히 봐 온 탓이다. 대전 B 고교의 또 다른 역사교사는 “학력평가원 역사 교과서는 위안부 피해 문제를 축소·왜곡하거나 이승만·박정희 시대를 미화한 점에서 교학사 교과서, 국정 역사 교과서와 다르지 않다”며 “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채택률 0%로 밀려났고, 국정 역사 교과서 역시 폐기됐기 때문에 상식있는 교사라면 학력평가원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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