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특위 제명안 절반 이상이 반대
찬성은 7표뿐, 송 의원에게 면죄부
시의회 차원 징계 절차 종료 수순
“성추행 공범, 시민 대표 자격없다”

사진= 송활섭 대전시의원. 연합뉴스
사진= 송활섭 대전시의원. 연합뉴스

자신이 속한 정당 선거사무실에서 일하던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대전시의회 송활섭 의원(무소속·대덕구2)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됐다. 지난해에 이어 성추행이 반복됐지만 송 의원은 국민의힘 탈당으로 당 차원의 징계를 피했고 시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로 기사회생 했다. 사법적 판단만 남았는데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시의회가 송 의원에게 면죄부를 줬으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만 더 키울 뿐이라는 점에서다.

4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8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엔 ‘송 의원에 대한 징계의 건’이 상정됐다. 이 안건은 무기명투표에 부쳐졌다. 투표엔 재적의원 22명 중 21명이 참여했는데 13명,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한 명은 기권했고 7명만 찬성했다. 제명안이 부결된 만큼 송 의원은 당분간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시의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앞서 윤리특위의 판단 전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시의회 윤리자문위원회는 ‘출석정지 15일’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특위에 전달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출석정지 15일은 징계도 아니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성추행이 담긴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찍혀 공개된 마당에 이런 자문의견이 나오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윤리특위는 고심 끝에 송 의원 제명안을 의결했다. 이로 인해 송 의원 성추행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시의회가 제명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송 의원에게 다시 기회를 준 셈이 됐다. 송 의원은 이날 신상발언을 통해 “구설에 올라 시의회와 동료 의원에게 송구하다”고 했다.

징계안이 부결되면서 이번 징계 절차는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제명'보다 낮은 수위의 수정 징계안이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원휘 의장은 “송 의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하면서 추후 징계와 관련해선 “수정동의안이 함께 제출됐다면 다시 표결을 할 수 있었는데 제출되지 않아 이것으로 시의회 차원의 징계는 끝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중호 윤리특위 위원장은 투표결과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럽다. 제명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시의회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후 기소가 되거나 판결이 나온다면 새로운 징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의원들이 묵과하거나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크든 작든 반드시 징계가 있어야 했는데 징계가 유야무야된 것은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의원 전체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전시의원들은 피해자도 시민이라는 것을 잊었는가”라며 “시의원은 시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뽑은 시의원이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모습을 봤다”며 “시의회의 도덕성과 윤리가 무너졌다. 낯뜨겁고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지난 2월 총선 후보 캠프 여직원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해에는 시의회 직원을 성희롱한 의혹으로 국민의힘 대전시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번엔 징계 대신 탈당을 택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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