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갱경 꼭두각시 놀음’

▲ ‘갱경 꼭두각시 놀음’ 공연 모습.

‘연희(演戲)’는 각본에 따라 극중인물이 사건을 말과 동작, 표정 등으로 펼쳐 보여주는 무대예술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연극을 포함하여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공연 행태 대부분을 ‘연희’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주로 마당놀이, 탈춤, 사물놀이 그리고 인형극 같은 분야가 ‘연희’라는 장르로 인식되어 굳어진 듯하다.

여러 연희 분야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하여 연기와 연주, 노래, 율동으로 흥을 돋운다면 또 다른 분야인 인형극은 정교한 손놀림과 맛깔스러운 대사로 승부를 건다. 지금까지 전승되는 우리 민속인형극 꼭두각시 놀음은 탈놀이와 함께 대표 연희종목인데 집단유희 형식으로 관객의 내면을 자극,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세상을 향한 풍자를 토해내는 복합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 대중연희 장르의 공통적인 속성은 대사에 사투리, 비속어, 외설적인 표현 그리고 언어유희 등 우리말의 뉘앙스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있다. 권력, 금권, 위선, 허세 그리고 속물근성 같이 공공의 지탄을 받는 대상을 향하여 던지는 속 시원한 대사와 여러 형식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쌍방향 전개가 연희장르의 기초 문법에 속한다.

남사당 연희에 남아있는 꼭두각시 놀음 전통에 지역 기반이 가미된 경우로 서산 박첨지 놀이, 황해도 장연 꼭두각시 놀이 등이 있는데 지난 8월 충남 논산시 강경에서 선을 보인 ‘갱경 꼭두각시 놀음’ 공연은 그 외연을 한층 넓혔다. 충청권에 전승되던 중고제 판소리 부흥을 위한 노력이 이즈음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어 다행이다. 중고제 판소리 시조 김성옥 선생을 떠올리게 하면서 옥녀봉, 채운산, 반야산, 불암산 등 지역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질펀한 대사 속에 유장한 가락을 타고 삶의 애환을 꼭두각시라는 유용한 매개체를 통하여 펼쳐놓는다. 팍팍한 세상, 쌓이는 스트레스를 시원스레 풀어주는 꼭두각시의 존재는 그래서 유익하다.

중고제 판소리 시조 김성옥 선생 출생지가 논산 옥녀봉이라는 연고를 바탕으로 갱경꼭두각시 놀음 대본을 쓰고 출연진을 모으고 연출과 배역까지 담당한 조수연 옥녀봉예술촌 대표(한국생활연극협회 논산지부장)는 꼭두각시 놀음의 매력을 힘주어 이야기한다.

민속극 전문가 고 심우성 선생이 발췌한 꼭두각시 대본에서 ‘영감을 찾으려고 일 원산에 가 하루 찾고, 이 강경에 이틀 찾고…사 법성에 가 나흘 찾고…’라는 대목이 꼭두각시 놀음 공연 작업의 단초와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평균 연령 70세의 출연진, 폭염 속에서 준비된 향토 연희는 일단 큰 관심 속에 출발하였다.

전국 곳곳에서 연극이나 공연 분야와 인연이 없던 평범한 주민들이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고 있다. 이분들이 일회성 이벤트로 추억 만들기에 그칠 것인지 또는 부단한 열정과 연마로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나아가 세계에 선보일 명품공연의 못자리를 조성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다. 우선 지역사회의 관심과 호응이 관건이다. ‘갱경 꼭두각시 놀음’ 연희의 사례는 다양한 경륜을 쌓고 고향으로 돌아온 연출자가 독특한 지역 콘텐츠로 흥미롭고 지속가능한 공감과 소통의 무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연희’의 재미와 유익함이 향토적이면서 우리 정서에 밀접한 일상의 희로애락에 물줄기를 대고 있다면 이제 첫 삽을 뜬 ‘갱경 꼭두각시 놀음’이 ‘누구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개성적인 무대공연, 질펀한 공감의 정서를 녹여내는 연희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교두보가 되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갱경 꼭두각시 놀음’ 공연.
‘갱경 꼭두각시 놀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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