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하늘에서 본 마나가하섬

태평양의 괌(Guam)에서 로타(83㎢). 티니안(101㎢)·사이판 (122㎢) 등 크고 작은 22개의 섬이 바나나처럼 길게 휘어진 마리아나제도에는 BC 2000년경부터 원주민 차모로족(Chamorro)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1565년 스페인의 장군이자 필리핀 총독 레가스피(Legazpi)가 식민지로 만들고, 당시 스페인 국왕 필리페 4세의 왕비인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아 아나 (Maria Anna)’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나 제도 (Marian Islands)라고 이름 붙였다. 그 후 330여 년 뒤인 1898년 미국과 전쟁에서 패한 스페인이 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큰 괌(Guam)을 빼앗기자, 이듬해 나머지 섬들을 모두 독일에 처분해 버렸다. 그 결과 마리아나 제도는 미국령이 된 괌을 중심으로 한 ‘마리아나 제도’와 독일령 ‘북마리아나 제도’로 나뉘게 되었다.(자세히는 2024. 8. 28. 괌 개요 참조)

하야트리조트
하야트리조트

그런데 1차대전 후인 1922년 일본은 패전국 독일이 지배하고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를 국제연맹의 위임을 받아 통치기관으로 팔라우섬에 남양청(南洋廳)을 설치하고, 이른바 남양 군도(群島)를 통치하면서 조선인 노무자들을 강제 동원하여 밀림을 벌목하고 사이판에 육군기지, 티니안에 해군기지를 설치했다. 또 대량으로 사탕수수를 심어서 한동안 설탕 수출 세계 제2위 국가가 되기도 했다. 그 후 1941년 사이판의 육군기지, 티니안의 해군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공습하면서 태평양전쟁을 벌였으나, 1944년 7월 미 해병대가 마리아나 제도를 점령하면서 패망했다. 남양청은 일본이 패망한 뒤인 1947년에 공식적으로 해체되었다. 이후 북마리아나 제도는 1947년부터 1986년까지 40년 동안 UN의 신탁통치를 받은 뒤, 1986년 11월 주민투표 결과 미국의 자치령이 되어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C.N.M.I;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을 구성했다. 수도는 사이판에 있는 찰란카노아이다.

사이판 메모리얼 파크
사이판 메모리얼 파크

미국은 스페인 전쟁 때 빼앗은 괌과 북마리아나 제도를 예전처럼 마리아나 제도로 재통합하려고 했지만, 2차 대전 때 미국령 괌과 일본령 북마리아나 제도 주민들의 적대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서 별개의 행정구역으로 하고 있다. 북 마리아나 제도 연방의국기는 미국의 성조기이지만, 원주민인 차모로족이 유산인 티니안섬에 있는 타가 하우스의 주춧돌(Letta Stone)을 심벌로 삼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많이 자생하고 있는 자귀나무를 북 마리아나 연방의 국화로 삼았는데, 자귀나무는 꽃이 마치 불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꽃 나무(Flame tree)'라고도 한다. 아마도 자귀나무 씨앗이 여름철에 태풍을 타고 일본이나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퍼진 것 같다. 또, 무화과나 굴참나무처럼 긴 타원형 잎사귀에 하얀 목련꽃과 같은 '플루메리아(Plumeria flower)'가 사이판과 주변 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또,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로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이판 한국인평화위령탑
사이판 한국인평화위령탑
사이판 새섬
사이판 새섬

한반도에서 약 2400㎞, 괌에서 약 200㎞ 떨어진 북 마리아나 제도는 720㎞에 걸쳐 14개의 섬이 줄지어 있지만, 유인도는 5개뿐이다. 가장 큰 사이판섬도 남북 약 23㎞, 동서 3~8㎞로서 제주도(1845㎢)의 10분의 1(185㎢)에 불과하지만. 북마리아나 제도 전체 인구 6만 명 중 90%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은 사이판은 알아도 북 마리아나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그 밖에 티니안에 3000명, 로타섬에 3500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의 60%는 차모로족(Chamorro)이고, 필리핀인이 14%, 캐롤라인(Caroline)이 12%이다. 특히 캐롤라인족은 1815년 스페인이 식민시대에 사이판의 차모로족을 남쪽 끄트머리인 200㎞나 떨어진 괌으로 강제이주시키자, 그 공백을 틈타서 이주해 온 부족으로서 차모로족과 갈등을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마나가하 열대어
마나가하 열대어

사이판 일대의 섬들은 석회질 화산섬이어서 농사짓기에 부적당하고, 가장 높은 타포차우산(Tapochao Mt.)도 겨우 해발 473m로 계곡이 깊지 않아서 물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 지하수는 염분이 많아서 상수도도 식수로 사용할 수 없어서 주민은 대부분 빗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호텔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생수를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물값이 매우 비싸다. 호텔과 리조트마다 만든 수영장의 물도 빗물을 이용한 것이다. 주민들은 미국의 신탁통치 동안 생활이 크게 향상되었다가 자치령이 된 이후에는 예전만 못하자, 일부는 미국 귀속을 청원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지리적·전략적 중요성 이외에는 부존자원이 없어서 소득을 관광 수입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티니안 일본해군사령부
티니안 일본해군사령부
티니안 원폭 사적공원
티니안 원폭 사적공원
티니안 블로우 홀
티니안 블로우 홀

우선,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서울에 마리아나 관광청 사무소를 설치하고, 홈페이지로 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미국령이긴 해도 45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현지 운전면허증이나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할 수 있지만, 자국의 운전면허증 소지자라면 얼마든지 렌터카가 가능한 점은 괌과 마찬가지다. (자세히는 2024. 8. 28. 괌 개요 참조) 특히 사이판의 모든 차량의 번호판에 ‘Hafa Adai’라는 글자를 새겼는데, 이것은 우리말 ‘안녕하세요’라는 원주민 차모로어로서 마치 ‘어서 오세요’라는 제주도 방언인 ‘혼저옵서예’와 같다. 원주민들이 주먹을 쥔 모양에 엄지손과 약지를 편 채로 ‘하파-아다이’하고 말하는 것은 환영의 의사표시라고 한다. 인천에서 사이판까지는 제주항공과 티웨이 등이 약 4시간 스케줄이고, 한국표준시보다 1시간이 빠르다.

로타섬의 파나탕공원
로타섬의 파나탕공원

사이판 여행은 인근의 마나가하섬과 사이판과 8㎞가량 떨어진 티니안까지를 관광 코스로 삼다가 최근에 로타섬까지로 확장하여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섬 ~ 괌까지 비행기가 운행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티니안까지는 6~8인승 경비행기로 15분이면 갈 수 있고, 1일 9회 운행한다. 사이판에서 로타섬까지는 1일 3회로 약 30분이 걸린다. 괌까지는 1일 1회 왕복하는 항공기는 30인 승이다. 우리 가족이 처음 사이판에 갔을 때, 북쪽으로 약 2.5㎞쯤 떨어진 마나가하섬, 서남쪽 티니안섬을 여행하면서 탔던 페리들이 지금은 마나가하섬만 페리가 운행되고, 다른 지역은 모두 경비행기가 운행하고 있다. 또, 마리아나 컨트리클럽(19홀, 9홀), 스페인 컨트리클럽(9홀), 킹 핏셔 골프 링크스(18홀), 라오 라오 베이 골프 리조트 (36홀), 코럴 오션 포인트(18홀) 등 작은 섬에 비해서 너무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5개의 골프장을 만든 것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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