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철부지 애들 땜에
빨라진 초꼬슴

꽃잠 같지 않은
꽃잠 자는 신랑 신부

세속(世俗)에
잃어버린 앵혈(鶯血)

아슬아슬한 고빗사위

꽃물 찔끔
온몸에 돋는 꽃돋이

꽃은 식물의 생식 기관으로 보호 기관과 긴요 기관으로 이루어지는데, 보호 기관에는 꽃받침과 꽃잎, 긴요 기관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다고 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꽃받침과 꽃잎은 꽃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꽃부리는 꽃잎 전체를 따로 가리킨다. 꽃잎이 하나씩 갈라져 있는 것은 갈래꽃부리, 하나로 돼 있는 것은 통꽃부리라고 한다. 암술은 암술머리, 암술대, 씨방 등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암술머리와 씨방을 이어 주는 암술대는 꽃대롱이나 꽃술대, 꽃기둥 등으로 부른다. 수술은 꽃실과 꽃밥으로 이뤄져 있다. 꽃실의 다른 말은 수술대이다. 꽃밥은 수술대 끝에 붙은 꽃가루와, 꽃가루를 싸고 있는 꽃가루주머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꽃이 달린 짧은 가지를 꽃꼭지나 꽃자루라고 하는데, 꽃송이는 꽃자루 위의 꽃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꽃송이와 헷갈리기 쉬운 꽃송아리는 잔 꽃들이 한데 모여 달린 덩어리를 말한다. 굵은 꽃들이 한데 모여 달린 덩어리는 꽃숭어리라고 한다. 꽃이삭은 한 개의 꽃대에 무리 지어 이삭 모양으로 피는 꽃이다. 꽃봉오리는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 꽃망울이나 몽우리는 어린 꽃봉오리를 가리킨다. 꽃이 성기(性器)이든 아니든 꽃이 주는 일반적인 관념은 아름다움이고, 그래서 꽃은 자연스럽게 여자를 의미하게 된다. 꽃나이나 꽃띠는 한창 젊은 여자의 나이를 뜻한다.

꽃과 나비를 붙여 놓은 꽃나비라는 말은 무동(舞童), 즉 조선시대 궁중의 잔치 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 또는 농악대나 걸립패의 공연에서 상쇠의 목말을 타고 춤추고 재주를 부리던 아이를 가리킨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담장을 넘기 위해 남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것을 무동을 탄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허락한 다음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 제비족을 가리킨다. 꽃값은 여자와 관계를 가진 뒤 그 대가로 주는 돈으로, 다른 말로는 화대(花代), 놀음차, 해웃값이라고 한다. 해웃값은 ‘해의(解衣)+ᄉ+값’이 변한 말로, 옷(衣)을 벗는(解) 값이라는 뜻이다. 옛날 기생(妓生)을 뜻하는 해어화(解語花)는 직역하면 말을 알아듣는 꽃인데, 이 말은 원래 중국 당나라의 현종이 애인 양귀비를 가리킬 때 처음 썼던 말이다

꽃구름은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 꽃노을은 곱게 물든 저녁노을, 꽃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이다. 어린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은 꽃귀신이라고 한다. 꽃달임은 진달래가 필 때에 그 꽃을 따서 전을 부치거나 떡에 넣어 여럿이 모여 먹는 놀이, 즉 화전(花煎)놀이를 가리킨다. 꽃달임은 음력 삼월 초사흘, 삼짇날에 많이 한 놀이이다. 꽃글은 꽃밭에 여러 색깔의 꽃으로 색을 배합해 새긴 글씨를 가리킨다

꽃등은 초꼬슴과 같은 뜻으로 맨 처음을 의미하고,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자는 첫날밤의 잠은 꽃잠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워낙 속도위반이 많다 보니 꽃잠이 꽃잠 같지 않은 신랑 신부를 양산하고 있다. 빚어 담근 술이 익었을 때 술독에 박아 놓은 용수에서 첫 번째로 떠내는 맑은 술은 꽃국이나 첫국, 소주를 고아서 맨 먼저 받은 진한 소주는 꽃소주라고 한다. 용수는 싸리나 대오리로 만든 길고 둥근 통으로, 술이나 장을 거르는 데 쓰는 물건이다. 꽃물은 곰국이나 설렁탕을 끓일 때 고기를 삶아 내고 아직 맹물을 타지 않은 진한 국물을 가리킨다. 꽃물은 또한, 영어로 하면 클라이맥스(CLIMAX)에 해당할까, 어떤 일의 긴한 고빗사위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나 대목 가운데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을 고빗사위라고 한다. 꽃물은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보다 더 아슬아슬한 순간, 너무 아슬아슬해서 오줌이라도 찔끔 쌀 만한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꽃돋이는 발진(發疹)을 뜻하는 북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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