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 이두희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수많은 브랜드를 접한다.

일반 공산품뿐만 아니라 나물류 등 일부 채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특히 과일의 경우 브랜드명 또는 생산자의 농장이름 등 다른 상품과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 포장재에 붙어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에서 이름 없는 바구니에 담긴 과일을 구매 후 너무 맛있어 다음에 또 구매하려고 할 때 지난번의 맛을 내는 동질의 과일을 사고자 해도 브랜드나 농장 이름이 없다면 같은 물건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잘 관리되는 브랜드가 아니면 같은 브랜드일지라도 다른 품질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브랜드란 무엇일까? 마케팅협회에서는 브랜드를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자와 구별해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명칭, 상징, 디자인 혹은 그의 결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다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구별표시의 목적뿐만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가 다른 경쟁상품에 비해 차별화되는 요인을 갖고 있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재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있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도 지역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하나로 농축산물에 대한 지역브랜드 개발이 생산자단체나 자치단체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90% 이상이 관에서 주도하는 농축산물 공동브랜드를 갖고 있고 논산시의 경우에도 기존의 ‘예스민’과 더불어 2023년 농산물 공동브랜드로 ‘육군병장’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광역 지역브랜드로는 논산시 전체의 농산물 이미지는 높일 수는 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딸기 브랜드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육군병장’과는 별도로 논산의 대표 작물인 딸기에 대하여 지역 명성에 걸맞은 전국 최고의 명품 딸기브랜드를 만들어 키워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충남은 딸기 재배면적이 경남에 이어 전국 2위지만 집적도 면에서는 논산지역이 전국 최고의 딸기 주산지이며 딸기 재배역사 또한 오래되었다. 그리고 논산에는 대한민국 딸기 품종개발 및 재배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단일작목 연구소인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가 소재하고 있어 논산은 딸기 명품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명품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조건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는 지자체의 명품브랜드 개발에 대한 확고한 의지 및 전폭적 정책지원이다. 참여농가를 조직화하고 브랜딩 및 관리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전문인력 지원 및 사업 성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자금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업 초기에는 일단 투자자금이 지원되고 인센티브가 있어야 양질의 생산주체가 모이게 되고 적극적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명품브랜드의 정체성 및 원천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문제인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차별화된 품종 및 재배 기술이다. 딸기의 품질은 기후조건, 토질, 재배법에 의해서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기본적인 것은 품종특성에 많이 좌우된다. 전국 대다수 농가가 심는 품종으로도 품질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차별화를 시킬 수는 있겠지만 최고의 명품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브랜드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 품종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명품브랜드 사업에 참여하는 딸기생산자의 노력과 마음가짐이다. 모든 사업은 단기간에 성공하기 쉽지 않고 특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의 마음에 명품으로 각인시키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참여자 모두 원팀이라는 의식으로 “최고 명품딸기를 생산해 내겠다”하는 의지와 묵묵한 노력이 브랜드 성공의 기반이 될 것이다.

딸기의 고장 논산에서 전국 최고의 ‘힘쎈’ 딸기 브랜드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브랜드 하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딸기 종주지역으로서의 논산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논산딸기 전체가 동반 가격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27년 세계딸기산업엑스포가 논산에서 개최될 때까지 전국 최고의 명품 딸기브랜드를 논산에서 만들어 외국인이 좋아하는 K-베리의 상징으로, 전 국민이 사랑하는 딸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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