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서 서대전지구대 박건규 경장
킥복싱 등 무술 종합 19단 유단자

▲ 대전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박건규 경장.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말이 있다. 반딧불이·눈과 함께하는 노력이라는 뜻으로 고생하면서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여기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부지런히 본업을 겸하며 ‘경찰’이란 꿈을 이룬 이가 있다. 대전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박건규(47) 경장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갈고 닦아온 운동을 무기 삼아 시민 치안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힘쓰고 있다.

처음은 강해지고 싶어서였다. 남들보다 강인한 힘과 육체를 얻기 위해 시작한 킥복싱에 재미가 들리면서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고 범위를 넓혀가다 보니 그는 어느새 킥복싱 5단, 격투기 6단, 합기도 3단, 우슈 1단, 경호무술 4단 등 무술 종합 19단의 유단자가 됐다. 킥복싱 선수 생활을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겸비했지만 가슴 한구석에 존재한 경찰에 대한 열망은 좀체 떠나지 않았다.

“1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운동한 지도 어언 27~28년이 됐네요. 운동이 좋아 본업으로 삼았고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체육관을 운영했죠. 체육관 운영을 하면서 30대가 됐는데 점차 누군가를 지켜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경찰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노력하다 보니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조금 늦은 나이에 경찰이 됐지만 그는 누구보다 솔선수범 몸을 아끼지 않았다. 한 번은 톱과 망치를 든 취객이 지구대를 찾아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는데 맨손으로 취객을 단숨에 제압해 그 누구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

“운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민원인이 흉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두렵거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빨리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죠. 당시 몸이 빨리 반응한 덕에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실제 지구대 근무를 하다 보면 민원인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건 기본이고 폭행 등의 위협을 받는 일도 다반사다. 특히 야간 근무할 때는 민원인 80%가 주취 상태다.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현실은 어려움이 많았다.

“평생 살면서 먹을 욕을 경찰 일하면서 다 먹은 것 같습니다. 술에 취하면 겁이 없어지니 무턱대고 욕하며 덤비는 취객이 많은데 직업 특성상 함부로 진압할 수 없다는 것이 고충이었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적잖았지만 그를 다시 뛰어갈 원동력이 돼 주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라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고 안타까운 상황도 많이 보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돕게 될 때, 제 도움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자살기도자를 살릴 때나 절도범을 잡아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하게 되면 경찰관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타인을 도움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의 제일 큰 바람은 역시 모두가 다치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집안에 일이 생기면서 지구대로 전근하게 됐습니다. 추후 상황이 안정화되면 원래 있던 형사과로 돌아가는 게 목표입니다. 지구대에 근무하는 동안 직원 모두가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일했으면 합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대전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박건규 경장.
대전중부경찰서 서대전지구대 박건규 경장.

글·사진=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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