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결과 놓고 與 계파간 갈등 고조
친윤 "민주당식 수법으로 접근 안돼"
野, 기대했지만 상황만 악화 평가 속
"한 대표 이제 결단할 때" 특검 압박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면담 결과를 두고 여당에선 계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야당은 한 대표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압박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힘을 싣고 있다.
면담 이후 국민의힘 내 친한계에선 한 대표의 요구안에 대한 성과가 없자 면담 전반을 둘러싼 상황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여전히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검사 후보 대하듯 한다’는 거다. 그러나 친윤계는 한 대표의 접근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은 2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국정 쇄신 차원에서 인적 쇄신을 하자고 얘기해야지, ‘특정 라인이 다 망쳐놓고 있다’, ‘그게 여사 라인이다’, ‘비선이다’라고 몰아붙이는 건 민주당이 쓰는 나쁜 수법과 똑같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얘기들은 좀 자제해 주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영부인 관련 요구안 자체도 문제지만 면담 전 요구안을 공개해 일이 더 꼬였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친한계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물밑작업이 있었는데 안 되기 때문에 공론화로 간 것 아닌가”라고 맞받아쳤다.
‘윤-한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하고 이후 한 대표가 친한계 의원들과 회동하는 등 ‘윤-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야당은 이 틈새를 지렛대로 ‘김건희 특검법’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일만 더 꼬여 상황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윤-한 면담’이 흘러가자 한 대표의 결단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면담이 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쉽고 매우 안타깝다”며 “존재를 인정하고 협의하고 조정해서 이견을 하나의 의견으로 만들어 가는 게 바로 정치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제거하거나 아예 존재를 무시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싸움이 된다”며 “다시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두 사람의 면담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제로콜라처럼 성과도 제로, 무게와 의미도 제로였던 ‘제로면담’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한동훈 대표의 제안을 모두 거부하며 김건희 철벽 방어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제 한동훈 대표가 결단할 때가 왔다. 대통령 눈치만 살피는 후배 검사로 살던 길을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책임 있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민심을 받드는 길로 갈 것인지 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용산 회동은 ‘빈손 면담’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성과는 하나도 없었지만 갈등의 후폭풍이 진하게 남았다”고 비꼬으면서 “정치적 수사를 걷어내고 속내를 정리하면 한 대표는 ‘내 말 들어주지 않으면 김건희 특검법 통과될 수 있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그렇게 되겠어? 해볼 테면 해보든가…’ 식의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뿔난’ 한 대표는 언론 브리핑 없이 집으로 가버렸고 다음날 20명 안팎의 ‘친한’ 의원들이 모여 용산을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회동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 등을 따로 불러 여차하면 이준석 전 대표처럼 ‘내부총질’하는 한 대표를 찍어낼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수석대변인은 “한 대표가 불러모은 의원 숫자 ‘20’에 주목한다. 국회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숫자다. 여당 내 야당이 아니라 진짜 야당을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볕 잘 드는 ‘양지’는 아니지만 한 대표가 늘 강조해온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를 따르는 길이다. 아직 그럴 결심이 서지 않았다면, 우선 친한계 의원들과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강성대 기자 kstar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