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서정문학연구위원

한글은 위대하다. 우리 글로 쓴 한강 작가의 문학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 한글의 유용성과 창조성, 무한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의 낭보였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아카데미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강렬한 시적 산문’을 떠올려 보며 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매년 11월 1일은 한국시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가 ‘시의 날’이라고 선언한 날이다. 시의 날 선언문을 보면 시는 삶과 꿈을 가꾸는 언어의 집이다. 우리는 시로써 저마다의 가슴을 노래로 채워 막힘에는 열림을, 어둠에는 빛을, 끊어짐에는 이어짐을 있게 하는 슬기를 얻는다. 우리 겨레가 밝고 깨끗한 삶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그러한 시심을 끊임없이 일구어 왔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우리는 이에 시의 무한한 뜻과 그 아름다움을 가리기 위해 신시 80년을 맞는 해, 곧 1987년. 육당 최남선의 ‘海(해)에게서 少年(소년)에게’가 1908년 ‘少年’지에 처음 발표된 날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정한다라고 돼 있다.
한편 ‘세계 시의 날’은 매년 3월 21일이며, 199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0차 국제 연합 교육 과학 문화 기구 곧 유네스코 회의에서 제정됐다. ‘시는 말과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사용 및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이해의 방법들에 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창조적인 다양성에 공헌한다.’라고 했다. 우리의 문학작품이 세계 속에 우뚝 솟아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설명해 주고 있어 한글을 쓰는 우리 한민족은 물론 세계인 모두가 크게 경하할 일이다.
3일은 ‘학생운동기념일’이다. 이날은 1929년 11월 3일, 일제강점기 조선 광주에서 일어난 광주학생항일운동을 기리는 대한민국의 기념일이다. 학생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애국심을 드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7일은 입동(立冬)이다.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때쯤엔 초목이 다 마른다. 음력으로는 10월 초순이다. 이즈음은 각 문중마다 윗대 조상에게 추원보본(追遠報本)의 듯을 담은 세일사. 시향(時享)철이기도 하다. 예전 시골에서는 시루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제철 음식으로는 굴, 꼬막, 과메기, 시래기된장국, 신선로, 유자, 사과 등이 있다.
‘소방의 날’은 11월 9일이다. 국민의 안전의식과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해 매년 기념행사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11월 11일인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즉 한자 '土月土日'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쓴 것이다. ‘농업인의 날’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에 걸맞게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17일이다.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위훈(공훈이나 업적)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대한제국의 국권이 실질적으로 침탈당한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된 날인 1905년 11월 17일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했다.
22일은 ‘소설(小雪)’. 살얼음이 얼기 시작해 겨울 기분이 들면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있어서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김장철이 다가온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은 김장의 적정 시기다. 평균 기온이 4℃ 이하, 최저 기온이 0℃ 이하로 유지될 때다. 이 무렵은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유산균이 적절히 활동할 수 있어 ‘김장 담그기’에 알맞다. 속담에 ‘겨울철 김장은 반 식량’이라고 했다. 그만큼 김치가 한민족의 밥상에 중요한 부식재라는 말일 게다. 주재료인 배추와 무를 비롯한 채소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물가관리에 진력하며 가계를 비상하게 잘 돌봐 살펴야 할 것이다.
단풍 행락철. 길을 걷다 보면 울긋불긋 산야가 온통 천자만홍(千紫萬紅) 아름답다. 그 아래 땅에는 수북한 낙엽이 깔려 밟힌다. 주렁주렁 달린 감빛이 발그레 곱고,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며 쌓이는 단풍과 낙엽 사이 -. 사람마다 사색이 고이는 짧은 가을, 춥고 모질며 긴 겨울의 시작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