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서 활발한 시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상현 시인은 꽤 오래 전 쓴 이 시에서 스마트 폰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노래했다. 몇 년 전 필자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나름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대략 40∼50가지 정도를 꼽아보다가 활용분야가 끝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중단했는데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이즈음 스마트 폰의 기능은 여전히 무한대로 확장 중이다.
스마트폰을 분실하거나 집, 사무실에 두고 나왔을 때의 당혹스러움, 불편과 불안, 흡사 무인도에 표류한 듯한 고립감과 소외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리라. 당장 전화번호부터 기억이 나지 않고 내장된 신용카드가 없으니 이동할 동력마저 차단되어 꼼짝달싹하기 어려워진다. 이 상황은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부여하는 편리함과 즐거움을 아울러 증거하고 있다.
#. 음식점으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들어선다.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상의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저마다 스마트 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음식이 나오고 먹는 중에도 대화는 거의 없다. 부모도 그렇지만 아들딸의 스마트 폰을 향한 집중도는 단연 진심이다. 그래도 부부는 식사 도중 더러 대화를 주고받지만 자녀들은 묵묵히 왼손에 스마트 폰을 쥐고 또는 식탁에 올려놓고 눈길을 떼지 않는다. 식당 문을 나서면서도 자녀들의 시선은 스마트 폰에 꽂혀있었다.
#. 대학 강의실에 들어올 때는 교재와 노트 그리고 필기도구 같은 준비물을 구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뀐 지 이미 오래다. 많은 학생들이 맨손으로 입장한다. 뒷주머니에 스마트 폰 하나만 꽂은 채 자리에 앉는다. 거의 PET 생수병이나 텀블러 등을 들고 온다. e-book 교재가 스마트 폰에 저장되어있고 필기하려면 자판이나 S펜으로 메모장에 적는다. 사전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되고 필요시 교수강의를 녹화, 녹음할 수도 있으니 준비물이 더 이상 필요 없다. 두꺼운 교재 여러 권, 과목마다 다른 노트, 엄청나게 무거운 사전과 필통을 가방 가득 채워 넣고 캠퍼스를 왕래하던 대학시절의 기억은 아련한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다.
#. 이런 대학 풍경과 달리 초·중등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정부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내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교육 목적, 긴급한 상황 대응 등 학교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다. 스마트 폰과 SNS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학생들에게 규제가 아니라 삶을 찾아주고 진정한 어린 시절을 되찾아 주는 해법이라는 취지인데 교칙이나 고시가 아닌 법으로 규제하려는 조치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날이 진보하는 기능만큼이나 이런저런 문제점과 부작용을 양산하는 스마트폰이 일상의 진정한 보조도구, 유익한 이기로 정착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험하고 높아만 보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