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현 대전시 녹지농생명국장

스피노자의 말로 알려진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격언은 현시대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우리는 다가올 환경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안다. 기후변화와 난개발로 생태계 교란, 서식환경 악화가 일어나 세계적으로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생물종다양성 보전 및 유전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산림청은 기존 국립수목원(포천), 백두대간수목원(봉화), 세종수목원, 한국자생식물원(평창) 등 4개 국립수목원 외에 새만금수목원(김제)과 난대수목원(완도)을 추가 조성중에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전국 37개 공립수목원에 더하여 해운대수목원, 대구 제2수목원(팔공산), 양산수목원(대운산), 광명수목원(가학산) 등을 추가 조성하고 있다.

수목원은 식물을 모아서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니라 수목을 중심으로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관리하며, 연구·증식하는 곳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 핵심시설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밭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으로 대전엑스포93 임시주차장과 광장부지 허허벌판에 지하철공사에서 나온 흙을 쌓고, 지하수로 연못과 냇물을 만들어 나무를 심은 인공 수목원이다.

서원부터 열대온실까지 10여 년에 걸쳐 조성된 한밭수목원은 2001년 서원이 개원할 때만 하더라도 수목 활착이 잘 안되고, 큰나무가 없어 이용에 불편이 많았으나, 지속적인 관리와 자연의 순리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대전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현재는 2252종의 식물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특산식물 60종, 희귀식물 119종을 수집·보전하고 있다. 또한 오색딱다구리, 흰뺨검둥오리 등 40종 이상의 철새와 텃새가 수목원에서 살고 있고 100종 이상의 곤충, 양서류, 파충류 등이 모여 도심 속 소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인공적으로 조성했음에도 짧은 시간에 생태계가 회복되는 모습은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둔산대근린공원 내 일부 면적을 수목원으로 조성·관리하고 있어 공원과 수목원 기능이 중첩되고, 갑천 도시고속화도로, 둔산대로, 유등로, 만년동 상가에 둘러싸여 섬처럼 단절된 도시 숲으로 식물종 다양성 보전 등 수목원 본연의 기능 강화를 위한 확장성 및 활성화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전시는 한밭수목원의 구조적·공간적 한계를 보완하고, 보문산과 중부 온대권역 식물자원 보전·수집·연구·증식을 통한 생물다양성 확보 등 공립수목원으로서 기능수행 및 강화를 위해 중구 호동 일원에 보문산 수목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수목원 기본설계 및 조성계획 시 주민, 전문가, 학계 등 의견수렴 및 협업으로 보문산의 수려한 지형과 식물자원, 범골천 등을 최대한 보존·활용하는 자연(산지)형 수목원으로 조성한다면 기후 위기 대응 지역거점으로 미래가치가 큰 아름다운 수목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과 역사를 같이해온 보문산은 백제시대 보문산성과 고려시대 보문사지, 마애여래좌상 등 문화재와 70~80년대 전망대·케이블카, 그린랜드와 푸푸랜드 등 대전시민의 추억과 그리움이 깃든 곳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등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주변에 추진 중인 보문산 일원 프르네·숲너울 자연휴양림 등 산림휴양시설과 역사시설, 그리고 전망대, 오월드, 케이블카 등 관광 요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보문산수목원’은 또 다른 대전의 랜드마크로서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될 것이다.

올해는 파리기후협약(2015년)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지구평균기온 대비 1.5℃를 넘어서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지구적인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할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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