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경 충남농업기술원 작물보호팀장

장내 미생물은 흔히 ‘우리 몸의 제2의 뇌’로 불리며 소화와 면역 조절, 심지어 정신 건강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미생물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실은 이 미생물들이 농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토양 미생물은 작물의 성장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당 화학비료 사용량은 255㎏, 농약 사용량은 12.4㎏으로 주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화학 농업 중심의 경향은 단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 토양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은 토양의 자연적 회복력을 감소시키며 장기간 축적될 경우 작물의 품질 저하와 환경 오염을 초래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양 미생물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미생물은 토양 내에서 유기물을 분해하고 작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로 전환하는 등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질소 고정 세균과 같은 특정 미생물은 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추며 병원균 억제와 같은 병해충 방제 효과를 통해 화학 농약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토양미생물은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즉, 토양 미생물은 생물학적, 환경적, 경제적 이점 모두를 제공한다.
토양미생물의 주요 기능과 적용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토양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해 질소, 인, 칼륨과 같은 주요 영양소를 작물이 쉽게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질소 고정 세균은 대기 중 질소를 이용해 비료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병해충 방제로써 길항미생물은 병원균과 경쟁하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균류와 박테리아는 작물을 병원균으로부터 보호하는 자연 방어막 역할을 한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이를 활용해 마늘 흑색썩음균핵병과 딸기 탄저병 등을 방제하는 유용 미생물을 개발하고 농가에 보급해 왔다. 세 번째 환경 보호의 역할로, 미생물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토양 속 잔류농약을 분해해 환경 오염을 완화한다. 예를 들어 탄소를 흡수하는 미생물은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증가시키며 지속 가능한 환경 보호에도 기여한다.
이렇게 유용한 토양미생물의 국내 연구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토착 미생물을 활용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충남농업기술원은 이미 다양한 병해 방제 미생물을 개발했으며 이를 농산업체와 협력하여 농가에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작물 생육을 촉진하고 토양 속 잔류 농약을 분해하는 미생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 구축을 위한 밑바탕을 제공한다.
머지않아 토양 미생물 연구는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토양미생물 연구 및 투자 확대로, 지역별 토양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토착 미생물을 발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 농가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연구 성과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현장 중심의 기술이전과 실용화 방안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세 번째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이는 연구소와 기업, 농가를 연결하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며 토양 미생물 연구를 끊임없이 연구·활용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국가 전략으로 포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 토양미생물의 가치를 높인다면 농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의 미래는 토양 미생물 연구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염류집적, 약제내성 등 화학 농업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자연의 지혜를 활용하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토양 미생물 연구는 그 첫걸음이며 미래 농업의 핵심이다. 농업 분야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미생물 연구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원과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한 토양은 건강한 지구를 위한 출발점이다. 토양 미생물 연구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농업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