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
98만 6000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아
음식·소매업 등 영세 사업자 폐업률 높아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소상인이 많은 음식업과 소매업에서 폐업률이 높았다.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세청 통계연보 자료를 분석한 ‘최근 폐업사업자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비교 가능한 통계(국세청 통계연보)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98만 6000명이다. 경기 불황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전체 사업자 수도 늘명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경총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 수는 2019년 804만 6000명에서 지난해 995만 명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도 폐업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거다.
지난해 폐업률은 9%로 전년(8.2%) 대비 0.8%p 늘었다. 2016년 이후 7년 만의 반등이다. 그간 폐업률은 2016년 11.7%에서 매년 줄어 2022년 8.2%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27만 7000명), 금융·보험, 보건·의료, 전문직(변호사 등), 광고대행 등 기타 서비스업(21만 8000명), 음식업(15만 8000명)에서 폐업자 수가 많았다. 특히, 음식업(16.2%), 소매업(15.9%) 등 소상인이 많은 업종의 폐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업종에 비해 음식업의 폐업률이 높은 건 진입장벽이 낮아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음식업이 속한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37.3%에 이를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경총은 분석했다.
영세사업자일수록 폐업 위험은 더 크다.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개인사업자인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높다. 특히, 전년과 비교해 간이사업자 폐업률이 다른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대비 2023년 폐업한 간이사업자는 36.4% 늘어 일반사업자(1.9%)나 법인사업자(1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업자 유형별로 최근 3년 연속 폐업자 수가 증가한 유형은 간이사업자가 유일하다.
폐업의 주된 이유는 역시 ‘사업 부진’이다. 지난해 폐업자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의 비중은 48.9%(48만 2000명)인데 이는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폐업 사업자 연령별로 보면 30세 미만(19.8%), 30대(13.6%) 사업자의 지난해 폐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2022년에 비해서도 30세 미만과 30대 폐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승용 경제분석팀장은 “최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도 높다 보니 중소·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엔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 진작, 투자 촉진 등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