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로 전열정비…尹과 한통속 각료들 버티기
野 국정운영 주도권 희석…헌재도 ‘탄핵 미로’에 갇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12·3 비상계엄사태에 대한 수습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정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사정이 불안의 늪에 빠졌는데 국정운영 주도권을 높고 여야 간 대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당초 수사당국의 칼끝이 ‘내란 우두머리’(윤 대통령)로 향하면서 야당이 사태수습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 ‘국정운영의 책임은 여전히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에 있다’고 버티면서 국정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수사당국의 ‘내란 혐의 사건’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안 심판이 완료돼야 가르마가 정확하게 타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1인 3역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됐다. 윤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고 국무총리(한덕수)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재적의원 300명 중 192명이 투표했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에선 유일하게 조경태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탄핵안이 의결된 건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에 적용되는 재적의원 3분의 2가 아닌 ‘재적의원 과반(151표)’을 의결정족수로 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우 의장은 표결에 앞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직(職)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 안건의 탄핵소추 대상자는 대통령 권한을 대신해 행사하는 국무총리”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서 이날 오후 5시 19분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이어 맡게 됐다. 최 권한대행은 서면으로 낸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금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국정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 권한대행의 행보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 역시 비상계엄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대행체제를 넘겨받은 만큼 당면한 야당의 요구들 앞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어서다.
◆좁아지는 野 입지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거듭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을 지체 없이 임명하고 특검(내란·김건희여사특검법)을 수용하라”라고 압박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을 열고 "최 권한대행은 윤석열의 권한대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임을 명심하고 국민 명령에 따라 헌법 절차에 따라 혼란을 멈추는 길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코리아 리스크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내란 진압을 통한 대한민국 정상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조속히 수습해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게 권한대행의 첫째 의무다. 경제 관료로서 ‘계엄쇼크’발 민생 경제 추락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즉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 특검을 공포해 12월 3일에 막지 못했던 참극의 도미노를 막아야 한다. 내란공범의 길과 구국의 길 사이엔 중재나 지연이 있을 수 없다. 빠른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열을 정비해 ‘여당의 지위’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여전히 행정의 책임을 윤 대통령과 한통속인 정부 각료가 맡고 있어서다. 당초 야당은 원활한 사태수습을 위해 한덕수 총리 탄핵안 발의를 유보했는데 결국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대표가 퇴출된 이후 윤 대통령을 따르는 수구보수파를 중심으로 당내 권력이 재편된 만큼 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장관들 역시 국힘과 공조할 수 있는 여건이 더 무르익었다.
◆탄핵 미로에 갇힌 대한민국
야당의 기대와 달리 당정(정부·여당)이 재건의 불씨를 살리고 있는 만큼 결국 혼란한 정국 운영의 종지부는 헌재가 찍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헌재 역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헌재는 지난 10월 이후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계류된 사건의 결정 선고를 미루며 충원을 기다려왔는데 신임 재판관을 임명할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잇달아 탄핵소추되고 관련한 헌법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더 큰 고민거리를 떠안게 됐다.
헌재는 지난 27일 국회가 청구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과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하고 처리 방향을 고심 중이다. 우원식 의장이 찬성 192표로 탄핵안 가결을 선포한 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할 때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를 적용해야 하는지, 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에 대한 일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를 적용해야 하는지 헌법적 해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6인 체제에서 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데 정당선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그래서 야당은 국회가 추천한 3명에 대한 임명안을 정부로 보냈는데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이를 거부했다가 탄핵을 당했고 최 권한대행 역시 그 전철을 밟을 수도 있어 온 나라가 비상계엄사태의 늪에서 장기간 허우적거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