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모두 반발…대통령실 실장·수석 일괄 사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서 절충점을 제시하자 여당의 반발 속에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들이 1일 일괄 사의를 밝혔다.
최 대행은 지난 31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맞은 첫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 2명을 임명하고 민주당 추천 마은혁 후보자의 경우 여야가 합의하는 대로 추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을 전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결정”이라며 유감을 표시한 데 이어 이날 공지를 통해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최 대행의 결정은 혼란한 정국 속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여야 모두 불만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무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은 6년 임기제 헌법기관의 구성을 변경하는 일로 대통령 고유 권한의 적극적 행사에 해당하며 선례에 따라 보수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권한이다. 기존의 선례는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적이 없다”며 “선례를 벗어나 결정을 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헌법적 토론화 숙의과정이 필요한데 이도 생략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 원내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국정과 헌법의 안정에 최선 다하겠다. 최 대행은 더이상 정치적 공세 등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과 국정을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했다.
야당은 국회에서 추천한 후보자 3명 중 2명에 대해서만 임명이 이뤄진 게 불만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1명의 임명을 보류했다. 국회의 권한을 침범한 반헌법적 행위이자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드는 부적절한 처사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의 헌법재판관 추천은 지난해) 11월 말 여야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게 내란 종식을 앞당기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