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손님 절반 이상 줄어 회전도 안돼
귀성객 있어도 마진 안 남는 주유소 ‘막막’
장기 설 연휴에 매출 토막 우려까지 더해져

▲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통로가 텅 비어있다.

경기 악화로 사라진 설 특수에 지역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때보다 침체된 상권에 설 대목을 앞둔 전통시장은 인기·비인기 품목 구분 없이 한숨을, 주유소는 감소한 귀성객에 막막함을, 황금연휴로 매출 감소 위기에 처한 식당가는 답답함을 표했다.

◆발길 끊긴 전통시장
23일 오전 9시경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가게 주변 흙과 먼지 등을 쓸고 걸레질하며 길을 정비하는 상인이 있는가 하면 빨간 바구니에 사과, 배 등을 차곡차곡 쌓아 빈 가판대를 채우는 이들도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가판대에 오른 반찬과 부침개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포장지에 서린 김이 갓 만들어졌음을 뽐냈다. 지글지글 부침개 익어가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찬 공기 가득한 시장을 가득 메운 덕에 비로소 설이 왔음을 실감했다. 떡집도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 가지각색의 떡을 뽑아내고 있었다. 혹여나 식을까, 가판대에 오른 포장 떡 위에는 도톰한 담요가 덮여 있었다. 손님이 가게 앞을 서성이면 떡집 상인은 그제야 담요를 치우고 ‘오늘 만든 거예요’라며 신선함을 어필했다. 다들 만반의 준비를 한 듯 보였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시장을 찾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인기가 많은 가게 근처에만 손님 3~4명이 서성였을 뿐 가게 앞 대부분이 텅 비어있었다. 악화한 경기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힌 탓이다.

반찬가게 사장 B(75) 씨는 “사람이 안 와서 매출이 반 줄었다. 전에 10만 원 팔았다 하면 지금은 5만 원밖에 못 판다. 요즘 물가가 비싼데 인건비도 장난 아니어서 고생만 하고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억지춘향이다. 하던 거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다”라고 하소연했다.

가게 앞 손님이 적잖았던 생선가게와 정육점도 속은 문드러져 있었다. 정육점 사장 C(50) 씨는 “여기서 장사를 한 지 9년째다. 처음 2년은 장사가 아주 잘 됐는데 코로나니 뭐니 하면서 망했다 싶을 정도로 사정이 안 좋아졌다. 설 특수를 못 느끼고 요즘은 월급도 안 나오는 지경이다. 특히 우리 시장은 다들 문을 빨리 닫는 편이라 저녁 장사를 못해 더 힘들다. 활성화가 좀 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토로했다.

30대 생선가게 직원은 “지난해에는 손님이 줄 설 정도로 장사가 잘됐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북적여 보이는 이유도 직원 수가 많아서 그래 보이는 거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 음식과 관련 없는 업종은 더욱 찬 바람이 불었다. 쌓이는 재고를 무력하게 볼 뿐이었다.

이 시장에서 50년간 식기류 등을 판매한 D(80) 씨는 “IMF, 코로나19 때도 장사가 괜찮았는데 요즘은 정말 심각하게 안 좋다.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매출이 50% 줄었다. 생선이나 채소 등 다른 가게는 가정집을 취급하지만, 우리는 업소를 대상으로 장사한다. 근데 식당이 다 망하고 있어 상품 회전이 안 된다. 아주 바닥을 치는 상태다. 계속 물가가 오르면서 8000원이었던 상품이 1만 원으로 올라도, 8000원 주고 산 상품이 계속 안 팔리니 그냥 그 가격에 판다. 그래도 안 팔린다. 나라에서 지원금을 뿌려서 막힌 경제를 뚫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한탄했다.

◆힘든 게 당연해진 자영업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건 비단 전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찾은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설 특수로 손님이 몰려도 연휴가 길어 결국 조삼모사여서다. 최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예민해진 단골까지 달래야 해 주유업 고충은 가중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E(32) 씨는 “기름값이 많이 올라 자주 오는 손님들이 ‘비싸다’면서 예민함을 표출한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크게 오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저희도 마진율이 10%가 안 된다. 카드수수료, 서비스로 챙겨드리는 사은품까지 생각하면 5%다. 최근 탄방동에 있던 주유소 2곳도 문을 닫았다. 주유업 전반이 힘든 상황이다. 설 기간 하루 이틀 바짝 손님이 와도 그 뒤에는 결국 조용해지니 그게 그거다. 어렸을 때나 주유소 하면 부자라 그랬지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라고 답답함을 표출했다.

황금연휴를 앞둔 오피스상권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나가다 보이는 ‘임대문의’ 딱지가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둔산동에서 24시 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F 씨는 “장사가 잘됐다, 안 됐다 한다. 근처에 직장인들이 많이 와서 점심에는 장사가 잘되는데 새벽에는 없다. 전에는 새벽에도 손님이 많았다. 최근 계엄 사태에 제주항공참사까지 겹치면서 상권이 더 위축됐다. 연휴도 길어 걱정이다. 장사가 잘돼서 돈 많이 벌어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반찬가게 가판대에 부침개가 진열돼 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반찬가게 가판대에 부침개가 진열돼 있다.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떡집 상인이 23일 가래떡을 뽑고 있다.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떡집 상인이 23일 가래떡을 뽑고 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떡집 가판대 위에 담요가 덮여 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떡집 가판대 위에 담요가 덮여 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생선가게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다.
23일 대전 서구 A 전통시장 내 생선가게가 손님으로 북적이고 있다.
23일 대전 서구 주유소에서 한 오토바이가 기름을 넣고 있다.
23일 대전 서구 주유소에서 한 오토바이가 기름을 넣고 있다.

글·사진=김세영 기자·황서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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