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상 충남도농업기술원 작물경영연구과장

▲ 윤덕상 충남도농업기술원 작물경영연구과장

우리나라의 쌀 산업은 변화하는 농업 환경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 기후 변화에 따른 재배 조건 악화, 농촌 고령화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쌀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쌀 공급 과잉 문제 해결과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벼 재배면적을 10%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벼 재배 농가는 대체 작물 도입, 품종 전환, 가공 산업 연계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벼 품종의 다양화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벼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충남농업기술원은 프리미엄 햅쌀시장을 선도하고 저탄소 농업을 실현할 수 있는 초조생종 ‘빠르미’, 차별화된 맛과 향을 지닌 향미 품종 ‘향진주’를 비롯하여 단체급식용 및 서해안 간척지 적응 품종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건식제분이 가능한 ‘가루쌀’을 개발하여 쌀 가공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품종 개발은 새로운 농업 수익 모델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충남농업기술원이 주도하는 품종 개발과 이를 활용한 쌀 시장 변화 대응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저탄소 농업과 노동력 절감을 위한 초조생종 ‘빠르미’ 개발을 우선 살펴보면,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농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는 쌀 이외의 작물 재배를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이모작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초조생종 벼 ‘빠르미’는 짧은 생육 기간으로 여러 타 작물과 이모작이 가능하며, 담수기간이 짧아 메탄발생이 감소하여 저탄소 농업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는 소비자 기호에 맞춘 향미 품종 개발이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여 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일반 쌀과 차별화된 고품질 향미 품종 ‘백옥향’과 ‘향진주’를 개발했다. 특히 ‘향진주’는 메벼와 찰벼의 중간 성질인 중간찰벼 품종으로, 밥을 할 때 찰지고 구수한 누룽지 향이 나서 쌀 소비 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급식 및 외식 산업에서의 변화도 벼 품종 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재배면적 감축 정책이 시행되면 쌀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용 쌀 품종 개발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충남농업기술원은 스팀솥 조리에 적합한 밥쌀용 품종인 ‘지키미’를 개발했다. ‘지키미’는 중간찰 벼 품종으로, 단체급식과 같이 고온 스팀에 의한 대량 취반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도 밥맛이 좋아 급식 및 외식 산업에서 높은 활용도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농촌진흥청에서는 가루쌀을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으로 인해 단순한 벼 생산에서 벗어나 쌀 가공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최근 쌀 소비 촉진과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해 밀가루 대체용 ‘가루쌀’을 개발했다. 기존의 쌀은 전분 구조가 밀가루와 달라 빵, 면류 등의 가공식품에 적합하지 않았으나, ‘가루쌀’은 제분성이 뛰어나 다양한 식품 가공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쌀 기반의 가공식품 시장이 확대될 경우, 벼 재배면적 감축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가루쌀’은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 알레르기나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대체 식품이 될 수 있으며, 국내 밀가루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가루쌀’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이 확대된다면 벼 산업의 구조가 단순 생산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쌀 산업의 방향을 살펴보면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은 벼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계는 기후 변화 대응, 소비자 맞춤형 품종 개발, 가공 산업과의 연계 강화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품질 프리미엄 벼 품종, 내재해성 품종, 가공 적성이 뛰어난 품종 개발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벼 재배 축소에 따라 논을 활용한 다양한 농업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조생종 벼를 활용한 다양한 타 작물과의 이모작 농업, 쌀 가공 산업과 연계한 신산업 창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 벼 산업은 벼 재배면적 감축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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