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악화에 작업중지 더해져 막막
소득 보전 위해 서울시 ‘안심수당’ 지급
대전은 관리 시스템조차 없어 도입 한계

사진 = 기상청 제공
사진 = 기상청 제공

극한기후가 일용직 건설노동자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폭설, 폭염으로 공사가 중단될 때마다 일자리를 잃게 돼서다. 이에 서울시는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소득 일부를 보전하는 안심수당을 도입했지만 여건상 재정적 한계가 있는 대전시는 관리 시스템조차 없어 관련 정책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5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충남권에서 눈이 내린 일수는 15일로 평년(9.8일)보다 5.2일 많았다. 역대 5위였던 1995년 기록을 경신할 정도다. 폭염도 만만찮았다. 지난해 충남권 폭염일수는 24.3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2.4배 많은 수치인데 그중에서도 대전은 32일로 충남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에 가장 눈물을 흘리는 이들은 일용직 건설노동자다. 건설현장은 야외에서 진행되는 특성에 기후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비나 눈이 오거나 춥거나 더우면 현장이 멈춘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 악화로 일감마저 줄어 이들의 주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10년 경력의 철근노동자 A(42)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자치단체 발주 공사현장 작업중지기간이 길어졌다. 지난해 폭염에 이어 이번 한파도 어김없이 공사 중지가 났다. 일하기로 한 곳 작업중지기간이 무려 2개월이다.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한파나 폭설 등으로 공사가 중지돼 일할 수 없게 된 일용직 건설노동자에게 이달부터 안심수당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시가 발주한 사업비 5000만 원 이상 공공 건설 현장에서 한 달에 8일 이상 일한 일용직 건설노동자다. 내국인만 받을 수 있으며 일당 중 4시간분을 수당으로 지급된다. 단 월 소득과 안심수당을 합쳐 서울시 생활임금 246만 1911원을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다. 연간 2000여 명의 노동자가 안심수당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려움을 겪는 건 매한가지여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대전지역 건설노동자는 1만 5549명(외국인 2402명)이다. 단 수치는 퇴직공제제도에 가입한 건설노동자 중 1억 원 이상 공공공사 등 기준 근로계약이 1년 미만인 이들만이어서 실제 현장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의 경우 안심수당을 도입하기 위해선 관련 시스템 구축, 전자카드 도입 등이 선행돼야 해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난처함을 표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건설정보 관리시스템을 운영해 발주 공사의 근로자 수를 파악한다. 근로자 출결은 전자카드로 관리한다. 그러나 대전엔 두 시스템 모두 없다. 시스템 구축부터 해야 하는데 지역 여건상 재정적 한계가 있다. 유관 부서와 협력이 필요한 문제로 관련 논의는 시도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상기후는 해외 보험협회에서도 주요 위험 1위 요인으로 꼽을 만큼 위협적이다. 이날 프랑스보험협회가 발표한 제8차 연례 지표 최신판을 보면 한동안 2위였던 기후변화는 사이버공격과 함께 주요 위험 요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상기후를 염두에 둔 전방위 정책 논의가 필요한 까닭이다. 플로랑스 루스만 프랑스보험협회장은 “지표는 위험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위험 증가에 맞서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실질적인 국가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세영 기자 ks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