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그날의 뜨거웠던 함성
시대는 변했지만 열정은 그대로
청년들 K팝 응원봉 들고 거리로
민주주의 새로운 봄날을 노래
6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날의 뜨거웠던 함성이 아직도 대전의 거리를 맴돈다. 주먹 쥔 교복 자리에 응원봉이 빛나고 분노의 구호 대신 K-팝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가슴 속 불꽃만은 여전히 타오른다. 비상계엄이라는 한겨울 속에서도 우리는 춤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차가운 통계는 7.75점을 말하지만 청년들의 심장은 37도의 온기를 잃지 않았다. 응원봉 별빛 아래서 우리는 새로운 혁명을 쓰고 있다. 1960년 봄, 대전의 청춘들이 뿌린 자유의 씨앗은 2025년의 광장에서 형형색색의 꽃으로 피어났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청춘이 봄을 부르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이 겨울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청춘의 노래가 봄바람이 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때까지.

◆무너진 민주주의의 겨울을 건너며
우리의 자부심이던 민주주의가 울고 있다. 7.75점. 한때 아시아의 등불이었던 우리가 이제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라는 차가운 이름을 달게 됐다. 세계 167개국 중 32위. 숫자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10단계나 추락한 이 수치 속에는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겨울 칼바람처럼 비상계엄이 휘몰아치면서 정치는 얼어붙었고 시민들의 목소리는 숨죽였다. EIU가 지적한 ‘정부 기능 저하’와 ‘정치 문화 실종’은 단순한 보고서의 문구가 아니다. 매일 뉴스를 보며 느끼는 무력감의 다른 이름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신뢰는 깊은 균열을 남겼다. 양극화의 칼날은 사회를 더 깊이 베어내고, 극단적 대립은 일상마저 위협하고 있다. 시민의 자유는 위축되고 정치 참여에 대한 불만은 날로 커져간다. 비상계엄의 그림자는 올해도 사회를 휘감을 테고, 정치적 폭력의 위험과 사회 불안은 깊어질 것이다. 단순한 위기가 아니다. 정치의 근본적인 병증이다. 민주주의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대전 3·8민주의거의 역사가 보여주듯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반드시 새벽이 온다는 것을.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통계 너머의 진실을 보는 눈과 겨울을 이겨낼 뜨거운 가슴이다.

◆1960년의 불꽃, 2025년의 빛
한 줄기 빛나는 불꽃이 있었다. 1960년 대전의 봄날 고등학생들의 가슴속에서 피어난 그 불꽃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됐다. 그들은 두려움 속에서도 거리로 나섰다.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다리로 걸었다. 그들의 심장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뛰고 있었다. 칼바람이 불어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독재의 겨울을 뚫고 민주주의의 봄을 부르는 함성이었다. 65년이 흘렀다. 시대는 변했지만 청년들의 심장은 지금도 뜨겁다. 그들은 K-팝의 응원봉을 들고 있다. 형광색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격렬한 함성 대신 SNS의 해시태그가 돌멩이 대신 음악이 그들의 무기가 됐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열망은 65년 전과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는 더 창의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청년들의 저항은 세계로 퍼져나간다. K-팝의 리듬에 맞춰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다. 불의에 맞선 용기, 변화를 향한 열망,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꿈을 담은 메시지는 국경을 넘어 세계 청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1960년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오늘의 청년들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3·8 민주의거는 끝나지 않았다. 그날의 불꽃은 지금 청년들의 가슴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타오르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을 뿐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그들의 목소리는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울린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언제나 같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 순수한 바람이 그것이다.
◆3·8 민주의거, 청년들의 외침
차가운 통계 속에 숨어있던 한국의 민주주의는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EIU 보고서의 냉정한 수치 너머에서 K-팝 비트에 맞춰 뛰는 젊은 심장들을 발견하면서다. SNS의 빛나는 창공을 수놓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잠들어있지 않다. 형형색색 응원봉이 밝히는 거리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청년들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그들의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새 시대를 향한 절절한 외침이다. 과거의 침묵을 깨고 일어선 청년들은 K-팝이라는 자신만의 언어로 민주주의를 노래한다. 3·8 민주의거의 뜨거운 함성이 K-팝의 비트로 되살아난 것이다. 청년들은 더 이상 수동적 관객이 아닌 새 역사의 주인공이 돼 응원봉으로 미래를 밝히고 있다. 그들이 만드는 물결은 우리가 꿈꾸는 내일을 향한 뜨거운 행진이다. 그들의 심장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봄이 다시 오고 있다. K-팝의 리듬을 타고서.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3·8 민주의거와 오늘날 청년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3.8 민주의거는 소수의 참여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지금 청년들의 목소리도 비록 일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역사 속에서 그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다. 아쉬운 건 3.8 민주의거 정신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를 극복하려면 시민들의 더 폭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