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통합 목표로 논의중이나
尹 파면으로 조기대선 국면 맞아
국정우선순위서 밀릴까 우려 높아
지역 주도·제도 보완 병행 목소리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지방행정 체제 개편 작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특히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 프로젝트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생활권 불일치 등 복합적인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광역 단위의 행정체제 개편을 모색해 왔다. 이 가운데 대전과 충남은 지리적 인접성, 생활권 공유, 행정 수요의 중첩 등을 근거로 통합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현재 대전시와 충남도는 내년 7월 통합을 목표로 특별법 제정과 제도 설계에 착수해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법률안 초안을 마련해 다양한 포럼을 열어 시·도민의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노력 속에서 교집합을 찾아간다면 해법도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법 개정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 정치권과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데 실무적으로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정치 지형이 급변하면서 지방행정 개편 과제가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권 교체와 전국동시지방선거 일정이 맞물릴 경우 중앙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약화되고 논의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지방행정 개편에 관심을 보였지만 구체적 정책 이행은 부족했다. 조기 대선 후 바로 지방선거 국면으로 넘어가면 행정통합이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기 어렵고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지역 차원에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여야 모두 지방행정 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추진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행정체제 개편은 다음 정부에서도 외면하기 어려운 중장기 과제라는 주장이 그렇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통합이 대선 공약에 포함되면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 정치의 흐름에 따라 지방 의제가 국정의 뒷순위로 밀리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돼 왔다는 측면에선 제도적 기반 마련과 지역의 역할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지금의 선거는 중앙 이슈에만 집중돼 지역 현안이 뭍힐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치, 언론, 학계가 협력해 지역 이슈를 선제적으로 부각시키고 정책 공약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지역 이슈를 경시하면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정치권에 심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