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정치적 중립 의무 지키려
지자체 홍보·행사·예산집행 제약
성과 홍보와 행정소통 경계 모호
선거철 행정위축 막을 방안 필요

▲ 사진=금강일보DB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섰다. 선거가 다가오면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제약이 따르는데 이로 인해 지자체의 고유한 행정 기능까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전국은 지자체장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정책·홍보 활동을 조심스럽게 다루게 된다. 출마하는 지자체장이 없는 지자체라도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정책 발표나 사업 추진, 대외 홍보 등을 자제하거나 연기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면서다. 정책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 발송, 공공 캠페인, 신규 사업 발표 등은 자칫 선거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보류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공무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조차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 사전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런 상황은 실무 현장에서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일쑤다.

무엇보다 정책성과의 적시 공유가 어렵고 주민과의 소통도 일정 기간 사실상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특히 지자체장이 출마라도 하는 경우엔 각종 공공행사마저 제한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60일 전부터 각종 축제나 기념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이나 사업 추진 역시 선거를 의식한 행정이라는 오해를 피하려다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6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행위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조항의 해석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선거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행정 활동조차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선거 기간 아예 정책 홍보나 주민참여 유도 활동을 중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이유다. 지역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자체장이 출마하지 않더라도 선거라는 시기 자체가 민감하다 보니 주민 대상의 필수 행정이나 소통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는 공직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를 위한 중요한 일이지만 주민 중심의 행정 서비스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다 명확한 기준과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모든 활동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행정 본연의 역할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정책 안내나 주민 참여 유도를 위한 홍보는 허용하는 등 선별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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