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일몰 연장
한시법 2년 연장 합의했지만
인정 기준 제한·예방책 부재
6월 이후 피해자는 보호 제외

전세사기 특별법 종료 시점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국회가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는 개정안에 전격 합의했지만 피해자 인정 기준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6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전세사기 특별법의 일몰 기한을 당초 내달 31일에서 2027년 5월 31일로 2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향후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여야가 합의한 만큼 큰 이견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단적 사기 피해를 일시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의 취지를 고려했다. 기한을 언제까지 연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기준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2023년 6월 1일 시행된 2년 한시법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경매로 매입하고 그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구조다. 여기에 금융 지원과 임시 거처 제공 등 주거안정 대책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피해는 줄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후 올 3월까지 누적 피해자는 2만 8866명에 달했다. 올해 1월 898명, 2월 1182명, 3월 873명의 피해자가 새로 인정됐다. 이 추세대로면 내달 피해자는 3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각지에선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동작구에서는 일가족이 청년 75명을 대상으로 66억 원대의 전세사기를 저질렀고 2월에는 서울 신촌에서 90억 원, 세종에서 200억 원 규모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22억 원대 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기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단체들은 이번 연장 결정에 환영하는 기색은 보이나 여전히 피해자 인정 기준의 제한성과 예방 대책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눈치다. 이번 개정안 역시 내달 31일까지 최초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까지만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해 6월 이후 피해가 발생해도 전세사기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전세사기 예방대책을 종합적으로 입법하고서 피해 인정 범위를 특정 시점으로 한정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예방 대책이 미비해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