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 최근 시낭송회 열었지만
미흡한 홍보로 참가자 못 구해
참가비까지 지급하며 인원 채워
‘소통부족·역할의문’ 지적 나와

대전3·8민주의거와 맞물려 제65주년 4·19혁명기념일을 기리는 시낭송회가 최근 열렸지만 홍보와 시민 참여 부족의 한계를 드러낸 채 조용히 지나갔다. 3·8민주의거가 시민과의 거리감을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관은 지난 18일 3·8민주의거 및 4·19혁명기념 시낭송회를 열었다. 시낭송회에선 시인 9명을 비롯해 지난해 3·8백일장 운문부분에서 수상한 2명 등 모두 11명이 참여했으나 정작 시민은 없었다. 시낭송회에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거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시낭송회 일정이나 참여 안내는 대전시, 기념관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공유되지 않았다. 시민은 행사가 열리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황당한 건 시낭송회 참여자가 부족한 탓에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참가비’를 지급해 인원을 사실상 채우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행사의 공공성은 물론 진정성에 대한 회의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념관 측은 시낭송회 운영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기념관 관계자는 “시낭송회는 원래 민간에서 하던 걸 올해 처음 기념관이 직접 주관했는데 예산이 9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줄어 여력이 많지 않았는데 참여 인원을 채우기 어려워 섭외한 분에게 소정의 참가비를 지원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홍보의 경우 지역 곳곳에 전단지를 배포했지만 외부에 대해 미흡했던 건 사실이다. 내년엔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행사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 진행의 어려움은 단발성 행사의 한계를 넘어 기념관 운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당장 기념관 홈페이지 관리부터가 엉망이다. 상설 전시물 안내는 물론 사진, 온라인 콘텐츠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민이 행사나 공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기 어렵고 사후 내용을 확인할 방법도 부족해 굳이 찾아야 할 연유를 찾기 어렵다. 기념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민주주의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하려면 온라인 접근성과 콘텐츠 연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참가자를 모집하기 어려워 수고비를 지급하며 인원을 채우는 방식은 공공 기념행사로서의 정체성과 진정성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다. 예산이 줄었다면 그 안에서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참여 구조와 콘텐츠 기획이 더 중요해졌다는 건데 오히려 보여주기식 운영만 남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기념관이 있어도 3·8민주의거와 관련해 지금의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 다수가 이를 체험하거나 인식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 중 하나다. 교육 콘텐츠나 체험 프로그램과 연결되지 못한 채 반복되기만 하는 행사 방식이 되려 기억을 희미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이다.
지역의 한 교육계 인사는 “3·8민주의거는 청소년이 주체가 된 역사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지만 지금의 기념 방식은 시민 참여는 물론 세대 간 기억의 전승에도 실패하고 있다. 기념관이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디지털 자료 아카이빙, 교육기관과의 연계, 온라인 콘텐츠 강화 같은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