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본부 최적지 갑론을박
효율성 고려하면 대전이 합리적
경남 사천, 인력 유출 우려 반발
지역 간 논쟁으로 번질 수 있어
국가 발전 차원 접근에 힘 실려

우주항공청 연구개발(R&D)본부의 대전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위치한 경남 사천에선 핵심 기능 유출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지만 한쪽에서는 연구 효율성과 클러스터 시너지 측면에서 대전이 최적지라는 이전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문제를 국가 전략적 기능 배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 유성구을)은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우주항공기술의 연구개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본부의 소재지는 대전으로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공동 발의 의원 22명 중 7명이 대전지역 의원이다.
개정안은 아직 과방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데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건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리며 지역 공약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일단 사천에서는 반발 기류가 거세다. 우주항공청에는 약 280여 명이 근무 중이고 이 중 R&D 인력은 전체의 약 46%에 해당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당수 인력이 대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사천지역 시민단체는 법안 폐기를 요구하며 최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대전에서는 아직 조용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이와 관련해 대전시조차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눈치다. 대전시가 우주항공 삼각 클러스터의 연구·인재개발 특화지구로 지정된 만큼 그 역할에 따라 인재양성센터 구축, 기반사업 추진 등에 집중할 뿐 판단은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라는 신중론이 그렇다.
시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R&D본부의 위치는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야 할 사안이다. 지금까지 시에 공식적으로 협의 요청이 들어온 게 없었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별도 검토도 하지 않았다. 추후 협의 요청이 오면 그건 그 때가서 결정할 일이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켠에선 이 문제를 단순히 지역 간 이전 논쟁으로 좁혀선 안 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중요한 건 우주항공 R&D라는 국가 전략 기능이 어디에 있어야 더 효율적이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우주항공 R&D는 인공지능(AI), 정밀기계,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과의 융합이 필수인데 대전은 이미 이런 융합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기술 개발의 효율성과 혁신을 고려하면 연구 중심 기능은 대전에서 수행하는 게 합리적인 부분 역시 분명한 만큼 국가 전체 기술 생태계의 최적화를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