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민원 지난해만 3만 3000건
이웃간 갈등 심화 범죄도 증가 추세
소음에 강한 구조로 아파트 건설해야
시공사 책임 강화 법제화 요구도 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 용의자가 주민들과 층간소음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사건으로 비화될 때마다 환기는 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층간소음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상황은 썩 좋지 않다. 환경관리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상담 민원은 3만 3027건이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689건으로 전년(782건) 대비 줄긴 했지만 집계가 시작된 2013년(208건)과 비교하면 10년 새 3.3배 증가했다. 해를 거듭해도 큰 변화가 없으니 층간소음은 고질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층간소음 분쟁이 계속되면서 관련 범죄도 증가 추세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층간소음범죄의 특성과 경찰의 대응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층간소음 관련 112신고는 13만 7912건이다. 하루 평균 약 160건의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층간소음 범죄도 10년 사이 약 3배 증가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층간소음으로 발생한 형사 사건은 1심 판결 기준 총 734건으로 이 가운데 살인·살인미수, 폭력 등 강력 범죄가 589건, 80%에 육박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45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 가운데 충청권이 73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택건설 기준을 계속해서 개정해 왔다. 1991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든 이래 2004년 데시벨 기준을 추가하고 2013년엔 방음재 두께를 늘렸다. 이후 2014년에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를 120㎜에서 210㎜로 상향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곳곳에서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를 소음에 강한 구조로 건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병재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재 건설기준인 콘크리트 슬래브 210㎜는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면서 “슬래브가 두꺼우면 층간소음에 효과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구조는 소음이 벽을 타고 내려오는 벽식구조로 윗집의 소음뿐만 아니라 옆집과 아랫집의 소음도 들릴 수 있어 아파트 건설 시 벽식구조가 아닌 소음에 강한 기둥식 구조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도 중요하지만 중간에 들어가는 방음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충간소음 근본 대책의 핵심은 시공사 책임 강화’라며 국회의 조속한 층간소음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더욱 강화된 준공검사로 시공사가 시공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저품질로 시공하면 준공검사를 불허하는 한편 이로 인해 입주가 늦어지면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시공사가 부담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동주거시설 분양 시 바닥충격음 수준 표시를 의무화하고 실측 성능검사 결과를 각 동과 각 호수마다 표시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도 요구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