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력기반 맞춤 생태계 구축
신청·상담·서비스 등 원스톱 지원
수요자 건강 따라 맞춤형 서비스
집에서도 중증환자 케어 가능해져
정서적 돌봄 지역공동체 회복 기대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실 속에서 돌봄의 방식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대전 유성구가 추진 중인 ‘다함께 만드는, 유성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등장한 새로운 지역 돌봄 모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24일 구에 따르면 지역 전체 인구 36만여 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4만 4000여 명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에 속하지만 노인 비율이 12%를 넘어 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서 있다. 동시에 1인 가구 비율은 42.1%에 이른다.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 중장년층의 돌봄 사각지대 해소가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구가 추진하는 통합돌봄 사업의 핵심은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내 집 앞 10분 돌봄 커뮤니티다. 구는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병·의원, 경로당, 커뮤니티센터 등을 돌봄 거점기관으로 지정해 1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생활 돌봄망을 구축했다. 신청부터 상담, 서비스 연계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되는 이 시스템은 주민 편의성과 돌봄의 신속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서비스 수요자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형 연계가 가능한 점은 기존 일률적 돌봄 서비스의 한계를 넘는 진전이다. 중증 대상자에게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서비스를, 경증 대상자에겐 질병 악화 방지를 위한 집중 관리 서비스를, 퇴원환자나 긴급돌봄 대상자에겐 단기간 회복을 위한 집중 지원을, 건강한 고령자에겐 예방 중심의 돌봄을 제공한다.
구 통합돌봄 사업의 또 다른 축은 민·관 협력 기반의 지역 맞춤형 돌봄 생태계다. 구는 지역 사회보장협의체, 복지만두레, 복지관, 동 행정복지센터 등과 협력해 주민이 주도하는 돌봄 모델을 만들고 있다. 주민과 취약계층을 1대 1로 연결하는 서로돌봄 매칭, 지역 상점과 연계한 나눔가게, 청년-노인 간 교류 프로그램, 노인일자리 연계 돌봄 서비스 은빛투게더 등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들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 공동체 회복과 정서적 돌봄까지 포괄하는 유성형 돌봄의 상징적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건강보험공단·건양사이버대와 협약을 맺은 구는 돌봄 인력 양성을 위한 유성형 돌봄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단순히 인력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실습을 통해 돌봄의 질까지 보장하겠다는 의지다.
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102개 기관·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4276명에게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각종 회의와 간담회도 100회 이상 열며 부서 간 칸막이도 허물었다. 무엇보다 노인일자리와의 협력을 통해 92명의 노인코디네이터 인력을 활용, 약 7억 원의 인건비 예산을 절감하는 등 경제적 효과도 거뒀다.
이같은 성과는 외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구는 보건복지부 지역복지평가 의료돌봄 통합지원 분야에서 2년 연속 우수 지자체로 선정됐으며 통합돌봄 사업은 구민이 뽑은 최고의 10대 정책에도 이름을 올렸다.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노인들의 응답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이제 구는 그 바람을 정책과 실천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대표 지자체가 됐다. 지금 돌봄이 필요한 곳, 그곳에 유성의 10분 커뮤니티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엔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돌봄이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