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탁심 광장과 광장 중앙에 세워진 공화국 기념비

이스탄불은 2000년 이상 로마제국·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튀르크 등 세계를 지배했던 제국의 수도로서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동·서양 문화의 중심지다. 1600만 명이 사는 튀르키예의 최대도시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동쪽 아시아 지역과 서쪽의 유럽 지역으로 나뉘는데, 면적으로는 아시아 지역이 97%이고, 서쪽은 약 3%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 주민의 3/4 이상이 거주하며, 주요 상사·호텔·사무실 등도 밀집되어 있다. 유럽 지역에서 옛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Stamboul) 안에 비탈이 가파르고 꼭대기가 평평한 7개의 구릉이 이스탄불의 첫 도시지역인데, 이곳에 아야소피아 대모스크(옛 소피아성당),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블루모스크) 등이 있다. 좁은 해협인 골든 혼(Golden Horn) 사이에 놓인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 건너 신시가지인 베욜루에는 돌마바흐체 궁전, 갈라타 탑(Galata Tower), 극장과 관공서 정도가 있지만, 이스탄불 여행은 신시가지의 탁심 광장(Taksim Square)에서 시작한다. 탁심이란 ‘분배’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메트 1세(Mehmet I: 재위 1413~1421)가 이스탄불 북쪽에서 끌어온 상수도를 이 곳에서 각 지역으로 분배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스탄불은 201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탁심 광장은 런던에 이어 1875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든 지하철 튀넬(TüNeb)의 출발점이자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 시내버스, 택시의 중심이다, 이스탄불을 찾아온 여행객은 대부분 공항버스를 타고 탁심 광장에 도착해서 인근의 숙박업소를 찾거나 트램이나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고 있다. 탁심 광장에는 국제도시임을 과시하듯이 세계 주요 도시와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자국의 주요 도시는 갈색으로 표시하고, 외국의 도시는 파란색으로 구분했다. 서울 명동이나 남산타워에 이런 이정표를 하나쯤 세워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탁심 광장 이정표
탁심 광장 이정표

탁심 광장 한가운데는 1923년 튀르키예의 독립전쟁과 공화국 탄생을 기념하여 정부수립 5주년인 1928년에 맞춰서 세운 높이 12m의 터키공화국 혁명 기념탑이 있다.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 광장은 집단시위를 벌이는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듯이 탁심 광장도 예외가 아니다. 1969년 2월 16일, 좌파 시위대가 우익 단체와 충돌한 ‘피의 일요일’을 비롯한 정치적 시위와 2000년 UEFA 유로파리그 축구 준결승전 때 벌어진 축구 폭동 등으로 모든 집단시위를 금지했다가 2010년 노동절 행사가 허가되었다. 그 이후 매년 신년 축제, 공화국 기념일, 중요한 축구 경기가 있는 경우에만 집회를 허용하고 있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클랄 거리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리는 이스티클랄 거리

탁심 광장에서 신시가지 끄트머리인 갈라타 탑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이고 트램을 타도 10분, 또 돌마바흐체 궁까지도 도보는 15분 정도이고, 트램을 타도 5분 정도여서 도보 여행도 좋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차체가 빨간 색깔인 시영버스와 파란색인 민영 버스가 있는데, 모두 티켓이나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서 차이는 없다. 물론, 이스탄불에서도 지하철, 트램, 시내버스는 물론 보스포루스 해협 사이를 오가는 페리 등 대중교통에 편리한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스탄불 카드(Istanbulkart Card)는 충전 방식이고, 시티 카드(Istanbul City Card)는 관광객이 하루에도 몇 번이든지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로써 1일, 3일, 5일, 7일권 등이 있다. 교통카드는 우리와 달리 1개로 다섯 명까지 승객이 사용할 수 있고, 2시간 이내 환승도 가능한 이점이 있다. 탁심 광장 남쪽은 갈라타 탑으로 가는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Avenue)인데, 갈라타 탑까지 약 2㎞ 거리에는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 영화관, 레스토랑, 명품 가게, 은행이 즐비해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이스탄불의 명동’이다.

술탄 압둘 메지드 1세가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뽐내기 위해 지은 '돌마바흐체 궁전'
술탄 압둘 메지드 1세가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뽐내기 위해 지은 '돌마바흐체 궁전'

골든 혼 해협 끝에는 6세기경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 보스포루스 해협을 드나드는 선박을 위해서 높이 67m, 지름 9m의 등대를 세웠지만, 그 후 포로수용소와 기상관측소로 사용되다가 4차 십자군 전쟁 때 파괴된 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15세기 술탄 메메트 2세가 이스탄불을 점령한 후 화재와 적을 감시하는 감시탑으로 재건하고 갈라타 탑이라고 했는데, 현재는 이스탄불 시내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유럽 지역은 물론 보스포루스 해협과 아시아 지역까지 조망할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는 10층까지이고 한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이스티클랄의 뒷골목에는 술집과 나이트클럽이 많은데, 외국인 여행객을 상대로 하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 현지인과 동행하거나 단체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탁심 광장에서 북쪽으로 뻗은 줌후리예트 거리에는 항공사나 은행, 고급 호텔이 즐비하고, 광장 오른쪽은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로서 관광, 레스토랑, 상점, 호텔, 유흥지 등 레저 지역이다.

보스포러스 페리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
보스포러스 페리에서 바라본 돌마바흐체 궁전

튀르키예는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여서 모스크가 많은데, 탁심 광장 바로 옆에 2021년에 신축한 탁심 모스크(Taksim Mosque)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모스크 대부분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오랫동안 불교국가였던 우리네 사찰이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 사찰이 각각 다르듯이 유럽 지역 구시가지에 있는 기독교의 소피아성당을 모스크로 변경한 모습과 소피아성당을 대체하려고 그 옆에 신축한 블루모스크, 또 이스탄불에서 가까운 도시 부르사(Brusa)에 1421년 오스만제국의 초창기인 바예지드 1세 때 세운 울루자미(Ulu Camii) 모스크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전통 오스만 양식과 현대 건축 양식이 혼합된 최신식 모스크 '탁식 모스크'는 2021년 완공됐다.
전통 오스만 양식과 현대 건축 양식이 혼합된 최신식 모스크 '탁식 모스크'는 2021년 완공됐다.

1453년 오스만제국이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할 당시 유럽 지역의 신시가지에서 부교(浮橋)를 만들어 구시가지의 비잔틴제국을 멸망시키고, 1502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다리 설계를 의뢰했지만 착공하지 못했다. 그 후 1845년 술탄 압둘메시드 1세(Abdulmecid)가 처음 목조다리를 설치했으나, 유실되자 1863년 술탄 압둘라지즈(Abdulaziz) 때 길이 480m, 폭은 14m의 갈라타 다리를 건설했다. 1912년에 이 다리를 상류로 옮기면서 '구 갈라타 다리’라 하고, 1992년 그 자리에 '신 갈라타 다리'를 설치했다. 신 갈라타 다리는 2층 구조로서 찻길과 트램길이 있고, 다리 아래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골든 혼을 바라보며 식사나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런데, 갈라타 다리에서 낚시하는 강태공이 의외로 많고, 낚시를 즐기는 관광객이 잠시 기웃거리면 낚시대를 팔러 달려오는 상인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탁심 모스크 내부 모습
탁심 모스크 내부 모습

또, 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을 오갈 때 대부분 보스포루스 해협 위에 있는 보스포루스 대교를 이용하지만, 해협을 왕복하는 페리도 있어서 자유여행객들은 그런 멋을 즐길 수도 있다. 유럽 지역 구시가지에 에미뇌뉘 선착장(Eminonu), 신시가지의 카라쾨이, 베쉭타쉬, 아시아 지역의 카드쾨이, 위스퀴다르 등 페리 선착장이 있는데, 에미뇌뉘 선착장에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한 바퀴 일주하는 크루징 선착장도 있다. 여담으로 이스탄불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도로망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서 인기 노선이나 야간 장거리 버스라면 예약이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인 하이다르파샤에서 수도 앙카라까지 운행하는 침대 열차 야탁클르(Yatakl)는 ‘달리는 일류 호텔’이라고 할 만큼 인기가 있지만, 특급이나 급행열차 이외에는 연발착이 잦아서 잘 이용하지 않는다.

높이 66.9m의 유서 깊은 중세 석탑 '갈라타 타워'
높이 66.9m의 유서 깊은 중세 석탑 '갈라타 타워'
보스포러스 페리에서 바라본 갈라타 타워
보스포러스 페리에서 바라본 갈라타 타워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중 하나인 '갈라타 다리'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중 하나인 '갈라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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