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탄핵의 강’ 건너 외연 확장
민주, ‘선거용 위장탈당’ 한계 명확
보수 재편 우위 선점 노력도 치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적 문제를 정리했다. 국민의힘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상대 진영은 ‘만시지탄’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이제 더이상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 저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존속될 것이냐, 붕괴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내가 대선 승리를 김문수 후보 못지않게 열망하는 것도 이번 대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없이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도 국민 행복도, 안보도 없다”고 부연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재명 민주당과의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중요한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은 김용태 신임 국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와 당내 출당 조치 등의 요구가 거세게 일면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가 탄핵의 강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했다.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벌이는 내란 숭배 위장 탈당 쇼의 장르가 막장극에서 사기극으로 바뀌는 순간”이라며 “내란 수괴와 극우 내란 후보가 결별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짜고 친 대국민 사기극이다. 눈 가리고 아웅 위장 탈당쇼에 속아갈 국민은 없다”라고 했다.
만시지탄, 때늦은 후회는 소용이 없는 것인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의 변에선 후회도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혁신당 김대현 선대본 대변인은 “탈당 메시지엔 민주주의를 짓밟은 비상계엄 음모에 대한 반성도,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도 없었다. 자신이 벌인 헌정 파괴의 책임을 끝까지 외면한 채 비겁하고 치졸하게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탈당이 아니라 정치적 도피다”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선거운동이 갈수록 치열해질수록 점점 더 독자노선에 대한 의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여전히 열세인 국면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을 계기로 ‘보수 재건’의 명분이 자신에게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현실론적으로 선거에선 국힘을 떠받치는 지지 기반이 절실하지만 최근 대선 캠페인에서 쏟아지는 이 후보의 발언엔 ‘보수’의 중심을 ‘합리적 개혁 보수’ 쪽으로 이끌어오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힘을 싣는 뉘앙스가 뚜렷하다.
이 후보는 “부정선거 망상에 빠져 이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이 자유, 법치, 주권, 행복, 안보를 운운하는 것이 역겹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비상계엄 원죄를 지울 수 없다”고 했고 “윤석열은 단지 민주주의를 유린한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파괴한 것은 ‘보수’ 그 자체였다. 상식과 책임, 절제와 품격이라는 보수의 핵심 가치를 윤석열은 조롱했고 반지성적 충성 경쟁과 공포정치로 보수 진영을 망가뜨렸다. 그리고 지금, 김문수라는 시대착오적 인물을 내세워 마지막까지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문수에 대한 지지는 곧 윤석열의 부활에 동조하겠다는 선언이며 비상계엄 정권의 재현을 용인하겠다는 폭거다”라고 주장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