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 개방 우주기술 특구
유성·대덕구 일대에 조성 추진
민간 주도 관련 부품 실증 허용
2029년까지 675억원 생산유발
바이오 규제 넘는 혁신특구
합성생물학 기반 특구도 지정
글로벌 인증기관과 협업 진행
기술 실증·해외 진출 본격화
대전이 첨단 산업의 실험실을 넘어 실증과 산업화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주기술 연구·활용 규제자유특구와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로 잇따라 최종 지정되며 우주와 바이오 두 축에서 기술 실증과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복수 특구 도시가 되면서다. 실험실 단계에 머물던 미래기술을 실제 산업화로 이끄는 구조가 본격 가동되는 것이다.
◆실증 개방 우주기술 특구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제15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대전시의 우주기술 연구·활용 특구를 규제자유특구로 최종 선정했다. 이번 지정으로 대전은 과학기술 기반 산업도시를 넘어 민간 중심 우주기술 실증과 상용화의 거점 도시로 본격 도약하게 됐다. 특구는 내달 1일부터 대전 유성구와 대덕구 일대 5.1㎢에 조성되며 2029년 12월 31일까지 4년 7개월간 운영된다.
특구의 핵심은 민간이 직접 우주추진용 부품을 시험하고 제작·인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를 유예하거나 완화한 점이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기존 법령은 민간이 추진 시스템 부품을 실사용 환경에서 시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제한해 왔고 이로 인해 기업은 과도한 행정절차와 비용 부담에 놓여 있었다. 특구는 이런 규제를 일정 부분 유예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실증과 사업화가 가능한 산업 실험장을 민간에 개방하게 된다.
실증 총괄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맡고 대전테크노파크는 기업 지원과 운영을 담당한다. 사업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솔루션, 블루젯스페이스, 지먼트, 케이마쉬 등 민간기업을 포함해 KAIST, 충남대, 한양이엔지, 에너베스트, 평창테크 등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고압가스 추진 시스템을 중심으로 저장탱크, 밸브, 센서 등 고난도 부품의 전 주기 실증을 기업별로 분담해 수행할 예정이다.

특구 지정은 지난해 9월 후보지 선정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한국가스안전공사, 우주항공청 등 관계 부처와의 여덟 차례 공식 협의와 함께 TF 실무 회의를 통해 구체화됐다. TF 회의에는 시와 항우연, 테크노파크, KAIST, 충남대, 참여기업들이 참여해 기술적 안전성과 규제 대응 방안, 실증 단계별 검증체계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사업비는 193억9600만 원이며 이 중 123억 원은 국비, 52억 원은 시비, 17억 원은 민간 자부담으로 구성됐다. 시는 특구 운영을 통해 2029년까지 약 675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 318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389명의 직접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2030 대전 우주산업 육성 종합계획과의 연계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1조 2941억 원 규모의 누적 생산 유발, 6097억 원의 부가가치, 7461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실증을 거쳐 기술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민간기업의 누적 수익은 약 113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는 특구를 중심으로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특구를 기반으로 고도기술의 원천연구와 전문인력 양성 기능을 강화해 대전을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의 허브 도시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바이오 규제 넘는 혁신특구
시는 이와 함께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에도 최종 선정됐다. 전국 최초로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특구이자 규제완화와 글로벌 진출을 결합한 신산업 실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구는 지난해 12월 후보지로 선정된 뒤 부처 협의·공청회·지방시대위원회·특구심의위를 거쳐 지정이 확정됐다. 내달부터 본격 운영되며 2029년까지 272억 원 규모로 추진된다. 성과에 따라 최장 2031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핵심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다. 이는 유전자·단백질 등 생물의 구성요소를 공학적으로 설계·조립해 새로운 생명 시스템을 만드는 기술로 기존 바이오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속·대량 제조가 가능하다.

시행 전임에도 시는 국가 제도 시행(2026년)보다 먼저 선제적 실증에 들어가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KAIST, 테크노파크가 중심이 돼 전주기 바이오 제조 생태계를 구축한다. 생명연은 바이오파운드리 시설을 통해 기업 맞춤형 LMO(유전자변형생물체) 후보물질 개발을, KAIST는 mRNA/DNA 기반 공공 생산시설을 통해 실증과 소량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테크노파크는 기존 바이오메디컬 특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실증 사업화 지원을 맡는다.
특구는 또 규제 특례를 통해 LMO 용도별 위해성 중복 심사를 간소화하고, 기업 맞춤형 R&D를 병행해 기술 사업화를 촉진한다. 동시에 싱가포르 국립대와의 공동 R&D, 글로벌 인증기관과의 협업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함께 도모한다. 시는 특구 운영을 통해 약 16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우주기술 연구·활용 특구와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제조 글로벌 혁신특구 선정은 대전이 실증과 규제완화, 산업화와 글로벌 진출을 아우르는 미래 산업도시로 본격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우주산업클러스터가 사천·고흥·보령 등지로 분산되는 가운데 추진 체계와 R&D 기반의 중심은 여전히 대전에 집중돼 있다. 합성생물학 분야도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인력과 연구개발 역량이 밀집돼 있다. 시 관계자는 “우주는 기술 실증의 자율성을, 바이오는 글로벌 확장성을 겨냥한 전략이다. 두 특구 모두 민간 중심 혁신을 견인할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