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미만 소고기, 쌀 의무수입량·관세율에 제동
지역농축산업계 “농가 보호, 식량안보 위해 양보 못해”

<속보>=미국이 갖가지 고율관세로 관세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쌀과 소고기에 대해서는 수입 제한을 완화하라는 비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충청권 농축산업계는 농가 보호와 식량 안보를 이유로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본보 5월 22일자 7면 보도>
지난 20~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차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미국은 쌀과 소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통상 기조는 미국이 지난 3월 펴낸 ‘무역장벽 2025 (NTE)’ 보고서에 담겨 일찌감치 예고됐었다. 결국 지난달 2일 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미국산 쌀에 6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은 50%(사실은 5%)에서 513%까지 다양한 관세를 적용한다”며 통상 갈등을 촉발했다. 다만, 지난달 24일 첫 한미 통상 협상에선 거론되지 않았고, 첫 협의가 2차 통상 협상에서 꺼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40만 8700톤(미국 13만 2304톤 32.4%)의 의무수입물량을 부담하며 5% 저율할당관세율을 매기고 있다. 초과 물량엔 513%를 부과한다. 그럼에도 쌀 소비가 의무수입을 첫 타결한 1990년 1인당 121㎏에서 현재 55㎏으로 감소해 의무수입물량을 줄이는 재협상 카드를 만지고 있었다. 연간 쌀 생산량 358만 4604톤 중 24.98%를 공급하는 충청 농가에서도 이를 반겨왔다. 충남 한 쌀조합 대표는 “정부가 의무수입물량을 수매해 쌀값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 부담이 크다. 그러면 농민 지원 여력이 떨어져 농가 경쟁력이 낮아진다”며 “의무수입물량을 줄이기는커녕 관세를 낮춰달라는 것은 사실상 의무수입물량을 높여 미국 농가만 보호하겠다는 악랄한 발상이다.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라고 분노했다.
소고기에 대한 압박도 거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한미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면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을 허용했고, 월령과 관계없이 육포와 소시지 등 가공품 수입은 금지해왔다. 지난해 연간 수입물량만 44만 2000톤으로 절반에 가까운 21만 5000톤(48.6%)이 미국산이다.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관계자는 “결국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고기와 가공품을 수출하고 싶다는 건데 그걸 허용하면 우리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나. 이 밖에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산물도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며 “새 정부가 고율관세 때문에 농산물을 내어주는 최악을 선택할까 걱정이다.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농가를 보호해주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정부 협상단은 국민적 합의를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통상절차법은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에 규정한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협상 시계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이 정한 관세협상의 데드라인은 오는 7월 8일이다. 차기 정부의 통상 전략에 따라 충청농가의 생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