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1%p 상승으로 큰 증가
단기여행 선호 트렌드 영향받아
근거리 위치·도심형 콘텐츠 인기
장기 체류형 전환은 한계 지속

사진=챗GPT 제작
사진=챗GPT 제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여행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멀고 비싼 곳보다 가깝고 실속 있는 여행지가 주목받는 가운데 한동안 ‘노잼도시’로 불리던 대전이 실속형 여행지로 반전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지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년 4월 국내여행 동향조사에 따르면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국내여행 점유율이 전년 대비 1%p 상승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점유율은 1.6%에서 2.6%로 올랐다. 이는 단순한 반짝 인기가 아니라 여행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와 대전의 지역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핵심은 1박 2일이라는 전국적 여행 트렌드다. 올해 들어 전체 숙박 여행 중 1박 2일 비중은 52%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평균 여행 기간은 2.9일까지 줄었다. 장기 여행 대신 짧고 실속 있는 일정이 선호되는 흐름 속 KTX나 고속도로로 1~2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대전은 근거리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MZ세대 취향에 부합하는 도심형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된 점도 이 흐름에 탄력을 더했다. 성심당 같은 식도락 명소와 대전야구장 인근 상권, 레트로 감성의 테미오래 거리, 신상 로컬 카페들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노잼도시라는 낡은 이미지를 벗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행자들의 활동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식도락은 2019년 16%에서 2023년 15%로 소폭 하락했다가 올해 20%까지 상승했다. 친지·친구 만나기 역시 같은 기간 14%에서 17%로 늘었다. 반면 휴식과 자연 풍경 감상은 2020년대 초·중반까지 20%대 중반을 유지하다 올해 각각 20%로 하락했다. 장거리 휴식형 여행보다 도심 기반의 짧고 확실한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흐름은 가깝고, 짧고, 확실한 만족을 추구하는 실속형 여행자들의 수요와 대전의 도시 구조가 점차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나가던 도시였던 대전이 여행자의 목적지로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절대 수치로 보면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대전의 국내여행 점유율 2.6%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위 수준이다. 제주도(7.7%)나 강원도(20.6%) 같은 전통 관광지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현재의 변화 흐름이 특정 세대나 계층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윤설민 대전세종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장은 “최근 대전이 관광 목적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변화지만 제주나 부산처럼 장기 체류형 여행지로 전환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도시 내 유료 관광지가 부족하고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핵심 콘텐츠가 부족한 점이 가장 큰 과제”라며 “민간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앵커 콘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방문을 체류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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