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권한 내려놓기에 모두 공감
이재명 4년 연임, 김문수·이준석은 중임
권영국 “권한 줄이기보다 국민 위한 개헌”

이번에도 개헌은 선거의 시대정신으로 부각됐다. 낡은 헌법 때문에 고착화된 권력구조가 사회적 병폐를 낳고 이로 인해 민생이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미래를 향해 나가가는데도 발목이 잡히는 만큼 서둘러 뜯어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최대치로 형성된 거다. 그러나 1987년 개헌 이후 약 40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으니 해묵은 이슈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개헌에 대한 시점, 방향, 방법론 등 각론에 있어서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 특히 개헌 관련 시민단체들은 개헌이 국민에 의해, 다시 말해 국민과 국회가 함께 개헌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 역시 정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 권한 분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내란종식’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윤석열정권 임기 3년간 망가진 민주주의와 경제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개헌과 관련해선 긴 호흡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개헌 이슈와 관련해선 일정 부분 공약집을 통해 윤곽을 제시했다. 가장 큰 관심사인 권력구조와 관련해선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제시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이 딱 한 번 5년간 행정부 수장을 수행하는 건데 4년 연임제는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4년 임기를 마친 뒤 연이어 한 차례 더 출마해 당선되면 최장 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어 책임정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계엄선포 및 재의요구권 요건 강화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헌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본인과 직계가족이 연루된 부정부패나 범죄와 관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한편 대통령이 비상명령이나 계엄을 선포할 때 사전에 국회 승인을 받고 24시간 내 승인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무총리를 국회가 추천하고 수사 기관장 및 중립적 기관장의 임명 시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는 개헌안도 내놨다.
◆김문수, 국회 권한 남용 견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즉각적인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국회의 권력 남용에 주목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로 12·3 비상계엄이 촉발된 만큼 이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거다.
김 후보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을 퇴장시키고 탄핵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탄핵 인용 전까지 직무를 계속하도록 해 탄핵 남용의 부작용을 축소하겠다는 게 김 후보의 입장이다. 국회의원 정수도 10% 감축하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도 폐지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후보는 선관위도 겨냥한다. 특별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등 선관위 외부 통제·감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헌법에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력구조와 관련해선 차기 정권의 임기를 3년으로 하고 그 안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완료해 2028년 4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중임이란 재직 중 출마해 다시 당선되는 경우, 낙선 이후 다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58대 대통령을 지내고 59대 대통령을 건너뛰고 6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는데 미국이 만약 연임제를 채택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60대 대선 때 출마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준석 권력 나누기에 초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분권에 초점을 맞췄다. 수도 기능을 비수도권에 분산시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해 입법, 행정 기관들을 행정수도인 세종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 내려놓기에도 긍정적인 의견이다. 현인(賢人) 한 명 잘 뽑아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 썰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5년이란 임기를 4년으로 축소하고 중임제로 전환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자는 방안도 내놨다. 대통령은 물론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대선과 광역단체장 선거는 동시에, 국회의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는 그로부터 2년 후 선거로 선출하자는 밑그림이다.
이 후보는 감사원을 현 대통령 직속에서 국회 소속으로 이전해 정치 중립성을 강화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방안도 밝혔다. 국회 역시 탄핵 남발 등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헌법 조항을 신설하고 법원 판결에 대해 국회가 청문회를 소집하거나 탄핵을 시도하는 등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우려도 개헌을 통해 해소할 뜻을 내놨다. 특히 대통령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의 경우 국회 동의라는 전제를 깔아 행정부 권력 분산 계획을 수립했다.
◆권영국, 국민을 위한 개헌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타 후보들의 개헌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 줄이기에만 집중한 의견뿐이다. 다시 쓰는 헌법은 우리의 권리를, 소수자의 바람을, 약자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광장의 모습을 닮은 ‘광장 개헌’으로 평등 시대를 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권 후보는 제7공화국의 문을 열 헌법을 ‘광장 헌법’으로 명명했으며 여기엔 현행 헌법에 규정된 차별금지 사유를 확대하고 성평등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겠다고 했다. 또 기후 위기에 대처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즉 땅을 공적재화로 인정해 이에 대한 사유재산권으로 인한 이득취득을 적절히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권 후보는 노동권 관련 조항의 근로자를 노동자로 일괄 바꿔 기업주의 시선이 아니라 일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치개혁 차원에선 유럽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처럼 대통령, 단체장, 각급 지역구 의회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스웨덴의 개방형 정당명부제를 벤치마킹하는 개혁안도 내놨다. 개방형 정당명부제는 비례대표 선거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명부작성 과정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유권자에게 후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현 비례대표 선거는 투표용지에서 선호하는 정당만 선택하고 비례대표 후보와 순위를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정당의 몫이다. 그러나 권 후보의 개방형 정당명부제는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뿐만 아니라 해당 정당 내 선호하는 후보도 선택할 수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