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복원 등 통해 대전을 과학수도로
행정중심복합도시 넘어 진정한 행정수도 완성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빨리 추진해 지역 발전
충청권 유일 하늘길 청주공항 민간활주로 확장 충청연합 물론 대전-충남 통합 대산 지원 필요

사진 = 대한민국정부
사진 = 대한민국정부

새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행정부 수장의 공백이 메워지졌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 이정표도 다시 세워졌다. 대외적으론 패권경쟁과 맞물린 ‘관세전쟁’ 등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한편에선 산업의 흐름을 바꿀 첨단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사정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이념 대립에 갇힌 정치권의 반목은 민생경제를 벼랑끝으로 내몰았고 이와 맞물린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심화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중되는 지역소멸’이 대표적이다. 지속된 수도권 위주의 불균형성장 정책으로 지방은 활력을 잃은지 오래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지방’이 최우선 순위에 자리매김 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수도로 국가경쟁력 강화
대전의 가장 큰 현안은 명실상부 ‘과학수도’로 도약하는 것이고 핵심과제는 국가 과학기술 R&D(연구개발)의 중심축인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다. 대덕특구를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신 클러스터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시급하게 확대하고 특히 세계 주요 선진국이 선점을 노리는 인공지능(AI)에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서둘러 추진돼야 한다. AI의 경우 벌써 실생활에 널리 퍼졌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인데 이와 연계해 대전시의 6대 핵심 전략산업인 우주·항공산업, 바이오산업, 반도체산업, 국방산업, 양자산업, 로봇산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궁극적으론 각 산업을 통해 국력 제고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대전을 과학수도로 완성하는 현안은 리스트에서 가장 위에 올라야 할 사안이다.

여기에 더해 대덕특구의 확장이 후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과거 문재인정부에서도 언급된 것이다. 2021년 수립된 제4차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에 따르면 67.8㎢의 대덕특구는 오는 2040년 12㎢의 신규 산업 용지 수요가 발생한다. 대덕특구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더불어 제2대덕특구 조성에 대한 범정부 차원이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전시는 제2대덕특구를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고 이를 통해 산업용지 및 실증 공간을 확충, 대덕특구의 연구 성과 사업화는 물론 지역산업, 과학비즈니스벨트와의 연계 등을 용이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대덕특구 육성은 단순히 지역발전 아젠다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만큼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국정과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행정도시 넘어 행정수도로
제2의 수도로 입안됐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완성된 세종시의 꿈은 역시 ‘행정수도’로의 안착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추진된 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으로 대폭 축소된 뒤 당초 계획마저 감경, 행복도시라는 이름으로 출범했고 이후 정부 역시 세종의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지만 모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역대 정부가 정권 초기 강력하게 추진해도 완성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더욱 강력하게 진행했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실행 동력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세종은 여전히 성장판을 더 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함의는 이번 대선에서도 이미 공감대를 얻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세종시를 명실상부 행정수도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국회를 완전히 세종으로 옮기고 한 발 더 나가 대통령 집무실도 옮기는 데 대해 긍정적 입장들이 공유됐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국회 세종의사당을 여의도 국회의사당 이상의 규모로 기획하는 등 총사업비 5조 6000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 착수했다. 국회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면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는 물론 상임위원회 대부분 이전을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이다. 대통령이 세종에서 근무를 해야 ‘행정수도, 세종’의 퍼즐이 완성된다. 이 사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슈였지만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세종에서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국무회의를 세종에서 열겠다’는 약속을 지지키 않았다. ‘행정수도’의 근거를 마련하는 ‘개헌’이 관건인데 정권 초반에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만큼 세종시민들은 조속한 로드맵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혁신도시로 성장 추동력 확보
충남의 가장 큰 현안은 대전과 공유하는 사안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조속한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완성이다. 혁신도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에 위치한 혁신도시로 이전, 기업·대학·연구소 등과 연계하는 한편 수준 높은 주거·교육·문화 등 정주 환경을 도모하는 도시를 말한다. 법 개정을 통해 후발주자로 합류한 대전과 충남을 비롯해 부산, 대구, 울산, 광주·전남, 강원, 충북, 전북, 경남, 경북, 제주 등에 혁신도시가 위치했는데 대전과 충남을 제외한 곳엔 1차로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됐다.

이들 지역은 혁신도시 성장에 따른 막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 및 정책방향’ 정책포럼에서 2005년부터 추진된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은 지방 인구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수도권에서 유입된 것이다. 또 혁신도시를 통해 제조업과 지식산업, 지역서비스업에 기반을 둔 산업군의 성장도 도드라졌다.

그러나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지역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현재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혁신도시를 통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발전의 확실한 추동력을 제공하는 만큼 정권 초기 가장 강력하게 추진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 모두 정권 중후반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진행하려 했지만 공공기관 내부에서의 이전 여부 등에 대한 갈등에 강력하게 개입하지 못했고 결국 다음 정부로 숙제를 미뤘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관련 용역이 올해 4분기에 도출될 예정인 만큼 새 정부 초기에 강력한 추진력이 전제된다면 연내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하늘길 중심으로
충북 청주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전국에 국제선을 운영하는 7개 공항 중 하나다. 충청권 거점 공항으로 충청권은 물론 경기 남부와 강원지역의 수요까지 소화하는 중요성을 가졌지만 거점 공항에 걸맞지 않은 미흡한 투자 탓에 한계에 봉착했다. 바로 민·군복합공항이라는 특수성으로 군사 시설 내에 위치해 시설 개선과 투자에 유리천장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군용 활주로 2개 중 1개를 공군과 함께 쓰고 있는 데다 활주로 길이가 2744m에 불과해 미주와 유럽을 비롯한 장거리 노선을 도입하기에 무리가 있다.

단순히 이 같은 단점만 부각한다면 청주공항은 확장성을 위한 잠재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주공항 이용객 수는 지난해 역대 최고인 458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국제선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전년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충분히 투자만 이뤄진다면 거점 공항이란 위상과 어울리는 공항으로 성장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단순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발생한 기저효과라고 보기엔 배후 수요 역시 충분하다. 충청 전체 인구 550만 명에 경기 남부 등을 고려하면 이용객 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한다. 실제 한국공항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이용객 중 18.7%가 경기 남부였고 충남이 14.9%, 충북 13.8%, 대전 10.3%였다.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 청주공항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이 증대하는 상황이지만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청주공항에서 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은 물론 기차도 있지만 배차 간격이 상당하다. 이에 대전~세종~충북광역철도 등, 주요 광역철도를 청주공항과 연결하는 것 역시 청주공항 활성화만큼의 중요한 동시에 충청권 전체의 현안이다.

◆광역연합 넘어 행정통합까지
국가균형발전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출된 건 노무현정부 때다. 수도권은 비만이고 지방은 기근에 허덕이는 국토의 불균형발전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했다는 판단이 등장한 시기다. 전체 국토의 12%밖에 안 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고 경제적 자산의 대부분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꾸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절심함도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면서 국가균형발전은 누더기가 돼버렸다. 보수정권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부에서도 수도권 중심 성장전략이 그대로 유지됐다. 2019년 연말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지방의 청년이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든 탓이다.

정부가 미온적이니 비수도권 자치단체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경제의 규모화로 내발적 발전이 가능한 운영체제를 마련한 것인데 그게 바로 메가시티다. 부산과 울산, 경북이 가장 먼저 논의를 시작했지만 충청권이 먼저 결실을 맺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가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킨 것이다. 충청광역연합은 충청권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정책을 마련해 규모의 경제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행정통합을 꾀하고 있다. 충청광역연합은 경제적 파급효과 차원에서 시·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4개 시·도의 합의가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의사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다. 행정통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통합 단체장이 나오면 정책의 단위가 규모화돼 효율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도 빨라진다. 같은 맥락에서 대전시와 충남도가 선제적인 행정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을 목표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고 총 7편 17장 18절 194조로 이뤄진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가칭)’까지 공개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완료될 경우 행정통합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만큼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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