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 10명 중 8명, 현장 의사 부족
보건직·연구직·사무행정직도 의사 대신 시술·드레싱을

1년 넘게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병원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의사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가 16일 공개한 보건의료 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가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3%로 의정갈등 촉발 전인 2023년(25.4%)보다 14.9%p(포인트)나 증가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등으로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의사 부족 현상이 크게 증가했다는 거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는 ‘의사 업무가 간호사 등 진료지원 인력에게 더 많이 전가된다(91.3%)’는 점이 지목됐다. 이어 진료 대기 시간 지연(74.9%), 기존 의사의 업무 과중(73.3%), 의사에 대한 과도한 인건비 지급(69.3%), 야간당직의 부족 및 응급상황 대처 문제(63.2%) 등도 거론됐다.
또 응답자의 49.2%는 ‘의사가 없어 의사 대신 면담·상담을 하고 환자·보호자의 항의를 듣는다’고 했다. 아울러 의사 대신 처방을 한다(35.5%)거나 의사 대신 시술·수술 동의서를 받는다(34.4%)는 응답도 나왔다. 더욱이 간호사(49.9%) 외에 보건직(9.2%) 연구직(8.0%) 사무·행정직(6.2%) 등이 ‘의사를 대신해 시술·드레싱(상처 소독)을 한다’고 했다.
‘의정갈등 이후 내가 수행할 업무량이 늘었다’는 데 응답자 절반(53.8%)이 동의했다. 간호직의 경우 3명 중 2명(64.7%)이 이에 공감했다. 간호사 응답자 중 진료지원(PA) 인력은 14.4%였는데 전체의 5.5%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진료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고 했다.
진료지원 인력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업에 투입되고 있는 것도 드러났다.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답한 4239명 중 38.5%는 전공의 이탈 시점인 지난해 2월 업무에 배치됐으나 전체의 43.9%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또 76.9%는 소속 병원 내 자체 교육만 받은 채 업무에 투입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공백의 원인인 의정 갈등의 조속한 해결과 업무 범위 명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직종별 수급추계위원회의 조속한 구성과 보건의료 인력 업무조정위원회 신설 등을 촉구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