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 페리에서 바라본 갈라타 다리와 선착장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Bosporus Strait)을 사이로 도시의 97%가 아시아 지역에, 3%가 유럽 지역에 있는 도시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은 대부분 주거지역이고, 유럽지역이 고대 유적과 상업의 중심지다. 보스포루스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아내 헤라 몰래 이오(Io)와 사랑을 나누다 들키자 이오를 얼른 암소로 바꿨지만, 헤라는 그 사실을 모르는 체하고 암소를 달라고 하여 눈이 100개인 아르고스에게 감시하도록 했다. 제우스는 이오가 바다 건너 아나톨리아로 달아나게 했는데, 이오가 건너간 바다가 보스포루스 해협이고, 이오가 건넌 땅이 튀르키예의 해안 이오니아 지방이라고 한다. 보스포루스는 그리스어로 보스(Bos)는 '암소', 포루스(Porus)는 '길'로서 '암소가 넘어간 곳'이라는 뜻이다.

에미뇌뉘 선착장
에미뇌뉘 선착장

이스탄불의 유럽지역은 골든 혼(Golden Horn) 해협을 경계로 신‧구 지역으로 나뉘는데, 구시가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지대로서 사방을 조망하기에 알맞다. 이곳에 BC 667년 그리스 뷔자스 왕이 식민도시를 세우고, 자기 이름을 따서 비잔티움(Byzantium)이라고 했다. 동로마제국의 유스티아누스 1세가 이 지역을 도읍으로 삼으면서 ‘신 로마(New Rome)’라 했는데, 골든 혼에 처음 목조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1863년 술탄 압뒬아지즈(Abdulaziz)가 골든 혼에 길이 480m, 폭 14m의 현대식 갈라타 다리를 건설했고, 1912년에는 이 다리를 상류로 옮기면서 '구 갈라타 다리’라 하고, 1992년 그 자리에 '신 갈라타 다리'를 설치했다. 신 갈라타 다리는 2층 구조로서 1층은 보행자 도로이고, 2층은 자동차도로와 트램 레일이 있는 자동차도로다. 보행자도로 난간에 걸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시민도 많은데, 여행객이 지나다가 잠시라도 낚시하는 모습을 기웃거리면 어디선가 상인들이 쏜살같이 나타나서 낚시도구 사기를 권하기도 한다.

갈라타 다리에 모여있는 낚시꾼들
갈라타 다리에 모여있는 낚시꾼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나누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튀르키예의 내해(內海)가 됐는데, 해협의 길이는 약 30㎞이다. 폭은 가장 좁은 곳은 700m에 불과해서 물살이 매우 거세다. 해협은 북쪽으로 흑해, 남쪽은 마르마라해를 거쳐서 지중해로 빠지는 국제항로로서 하루에 약 38,000척의 외항선이 통과하여 통행료 수입은 튀르키예 정부예산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만일 튀르키예가 보스포루스 해협을 틀어막는다면, 러시아를 비롯하여 불가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흑해 연안 5개국은 사실상 내륙국 신세가 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갈라타 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갈라타 다리

이스탄불의 유럽지역과 아시아 지역을 오가는 페리는 갈라타 다리의 구시가지인 에미뇌뉘 선착장(Eminonu Pier)과 신시가지의 카디쿄이 선착장(Kadiköy Pier)에서 도강 시간은 약 10분, 20분마다 출항한다. 그렇지만, 배로 오가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1973년 10월 공화국 수립 50주년에 맞춰 보스포루스 대교를 준공했다. 공식 명칭이 ‘순교자의 다리’인 대교의 길이는 1560m인데, 국제항로 위에 건설되는 점을 고려해서 두 개의 주탑을 세운 현수교(懸垂橋)로 만들었지만, 차량만 통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15년 뒤인 1988년 7월 일본인 회사가 건설한 길이 1490m, 폭 42m의 제2 대교는 왕복 6차선 도로와 인도를 만들고, 도로 중앙에는 트램 노선도 설치했다. 공식 명칭이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 대교’인 다리는 흑해로 통행하는 거대한 무역선이 지나갈 때면 다리가 열리는 도개교(跳開橋)로 만들었다. 여기에 2016년 8월 보스포루스 해협의 가장 북쪽에 ‘보스포루스 제3 대교’가 한국의 현대건설과 SK건설이 길이 2164m, 폭 58.5m에 8차선 도로와 2개의 복선 철로가 있는 사장교(斜張橋)를 준공했다. 공식 명칭은 '야부즈 술탄 셀림 대교'는 해협 구간만 1408m에 이르고, 수심이 깊어서 교각 대신 설치한 두 개의 주탑 높이가 322m로써 세계 최대의 사장 현수교다.

제1대교
제1대교

보스포루스 해협에는 3개의 다리 이외에 2개의 해저터널도 있는데, 세계 최초로 해저터널을 개통한 일본이 2008년 튀르키예 회사와 공동으로 수중 튜브 터널로 해저 구간 1.4㎞인 지하철 마르마라이(Marmaray)를 개통했다. 가장 수심이 깊은 곳은 해저 6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해저에서 전철과 앙카라까지 고속열차(YHT)가 운행하고 있다. 또, 2016년 12월 SK건설과 튀르키예 회사가 준공한 유라시아 터널(Eurasia Tunnel)은 해저터널 구간 5.4km 등 총 14.6㎞의 복층 터널이다. 참고로 일본은 시모노세키(下關)와 모지코(門司港) 사이의 간몬해협에 오래 전부터 배가 운행되고 있었는데, 사람이나 물건을 내렸다가 바다를 건넌 뒤 다시 차에 짐을 싣는 불편을 없애려고 다리와 해저터널을 건설하게 됐다. 1942년에 개통된 간몬 해저터널은 일본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서 3600m인데, 규슈까지 열차가 다니게 됐다. 1958년에는 해저터널 도로도 개통됐는데, 자가용이 아닌 렌터카는 통행료를 1/10인 150엔만 내면 된다. 또, 1972년에 간몬해협 위로 개통된 현수교의 공식 명칭은 ‘간몬 자동차도로’인데, 신칸센과 열차, 버스, 자동차의 통행이 더욱 활발해졌다. 또, 도보로 간몬 해저터널을 통과할 수 있는 보행자 터널도 만들었는데, 터널 길이는 780m로서 통행료는 무료다. 차를 빌려서 일본 여행을 할 때 간몬 해저터널을 왕복해 보았는데, 군데군데 수심을 표시한 것 중 최저 수심은 48m였다. 하지만, 보스포루스 해협에서는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제2대교
제2대교

보스포루스 해협 일주 관광은 바다 위에 놓인 거대한 다리, 바다 위를 오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은 물론, 해안가의 돌마바흐체 궁, 톱카프 궁, 모스크 등을 육지에서 보는 것과 다른 눈으로 복습할 수 있는 이스탄불 여행 필수 관광코스다. 유람선도 에미뇌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선착장 주변은 연안여객선과 관광 선착장으로 버스와 승용차, 택시로 매우 어수선하다. 유람선은 갈라타 다리를 지나 유럽지역 신시가지 해안의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했다가 지중해로 통하는 표지인 등대가 있는 인공섬 키즈 쿨레시(Kiz Kulesi : 처녀의 탑) 앞에서 회항하는 코스인데, 약 1시간 반가량 걸린다.

제3대교
제3대교

갈라타 탑 부근의 전망대에서 잠시 내려서 해협을 조망하기도 한다. 또, 선착장 부근에 있는 수산물 시장(Balk Pazari)에서 이스탄불만의 특징인 오징어, 멸치, 농어, 연어 등 생선 요리 케밥을 맛보는 것도 추억이다. 튀르키예는 도시마다 여러 종류의 케밥으로 유명하지만, 고등어의 뼈를 발라낸 뒤 기름에 튀긴 것을 랩처럼 얇은 빵으로 감산 고등어 케밥은 ‘생선 샌드위치’라고도 하는데, 양념이 없어도 생선에 밴 짭짜름한 소금 맛에 비린내도 없다, 가격은 한 줄짜리는 200리라(약 8000원), 두 줄짜리는 400리라인데, 한 줄짜리만 먹어도 넉넉하다. 그 밖에 여러 생선튀김과 볶음요리도 있다.

‘처녀의 탑(Maiden’s Tower)’ 등대
‘처녀의 탑(Maiden’s Tower)’ 등대
수산시장
수산시장
고등어 케밥
고등어 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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