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 등장하는 아이돌 스타들을 보면 남자 아이돌은 훤칠한 키와 넓은 어깨로, 여자 아이돌은 마르고 긴 몸매와 세련된 외모로 전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블랙핑크, 에스파, 아이브 등 K-팝을 이끄는 이들을 보며 많은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도 저렇게 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에는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키가 크고 서구적인 체형이 선호되는 추세다. 자녀의 키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고, 한 설문조사에서는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큰 키를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큰 키’를 택할 만큼 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그렇다면 키는 어떻게 하면 클 수 있을까. ‘아이브’의 안유진은 173cm의 큰 키로 주목받고 있으며, 과거 줄넘기 2단 뛰기를 매일 100개씩 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실제로 줄넘기나 농구처럼 점프가 많은 운동은 다리와 허리의 성장판을 자극해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아진 오늘날, 무조건 잘 먹고 운동만 한다고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 최근 30년간 한국 청소년들의 식단은 서구화되며 풍부해졌지만, 운동 부족과 수면 부족, 그리고 유튜브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 증가로 인해 성장판 자극이 줄고 성장호르몬 분비량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2년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의 평균 신장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중학교 3학년의 경우 남녀 모두 평균 신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은 전년보다 1.2cm, 여학생은 0.1cm 줄었다.

이처럼 영양이 풍부해졌음에도 키 성장이 둔화된 원인 중 하나는 수면 부족이다. 2005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진은 키는 오직 잠을 자는 동안에만 자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낮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압박을 받지만, 누워 있는 동안에는 압력이 줄어들면서 성장판에서 세포 분열이 활발히 일어나 뼈가 자란다는 것이다. 따라서 키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수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일부 청소년의 경우 영양과잉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기술표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3년에는 여학생의 성장 정체 시기가 평균 만 13세였지만, 2010년에는 만 12세로 앞당겨졌다. 이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오히려 성조숙증을 유발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키 성장의 원리는 간단하다. 뇌에서 분비된 성장호르몬이 연골 성장판에서 세포 분열을 촉진해 뼈가 길어지고 키가 자란다. 출생 시 평균 50cm였던 키는 만 1세에 75cm, 2세에 87cm 정도로 성장하고 이후 매년 45cm씩 자라다가 여아는 10~16세, 남아는 13~17세 사이에 급성장기를 거친 후 성장판이 닫히며 성장이 멈춘다.

이러한 성장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또래에 비해 키가 작다고 판단되면 골 연령 검사 등을 통해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원최강병원 소아성장발달센터는 소아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협진하여 아이의 유전적 요인과 가족력, 체형 특성 등을 종합 분석하고, 첨단 검사 장비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제공하고 있다.

정밀 검사 결과, 현재 상태로는 충분한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성장호르몬 주사만으로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성장에 적합한 근골격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가이다. 척추 측만증, OX다리 등 뼈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성장 자체가 왜곡되거나 이후 청소년기와 성인기에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단순한 키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올바른 수면 습관,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근골격 구조에 대한 조기 확인과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조기에 진단하고 대응하면, 키 성장뿐 아니라 바르고 건강한 체형을 갖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노수진 수원최강병원장 (소아성장발달센터 재활의학과전문의 및 대한성장의학회 학술위원장 )
노수진 수원최강병원장 (소아성장발달센터 재활의학과전문의 및 대한성장의학회 학술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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