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

손잡이는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나 기특한가

손잡이 없는 냄비를 상상해보라

손잡이 없는 칼을 어떻게 쓰겠는가

문에 손잡이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잡고 문을 열겠나

손잡이는 이처럼 늘 사람의 편

손잡이의 우호 손잡이의 편리

오래도록 우리를 아낌없이 지지해주는

손잡이를 봐서라도

오늘 하루 다정해야 하지 않겠나.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가 많다. 자동차에 탔을 때 나의 짧은 손발은 빠른 속도를 불러온다. 옷장에 입지도 않은 채 오랜 시간 다소곳이 걸려 있는 옷들은 무엇인가. 숟가락은 왜 한 입 거리로 가운데가 적당히 파였는가. 또 그걸 뒤집어놓으면 무덤이 되는가. 그런 사유가 이번에는 ‘손잡이’에 미쳤다. 그렇구나. 사물은 우리의 일상이 망가지지 않도록 아낌없이 무언의 지지를 해주는구나. 이런 여러 사물의 호의를 봐서라도, 사람은 사람에게 조금 더 다정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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