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유월 초에 고등학교 총동창회 이사회가 있어 참석했다. 안건은 총동창회장과 감사 선출이었다. 임시 사회는 저보다 16년 선배이신 분이 보셨다. 그분 나이가 90세이셨다. 임시 의장으로 회의 진행도 유머를 섞어가며 부드럽게 잘 보셨다. 90세라는 나이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발음도 정확하시고 구사하시는 말씀도 청장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나는 내심으로 그분의 건강관리와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존경심이 들었다. 총동창회장과 감사 선출을 마치면서 그 선배님이 오늘 특별히 소개할 분들이 있다고 하면서 말문을 여셨다. 본인과 고등학교 동기이면서 동창회는 한번 도 참석을 하지 않았지만 세 사람이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만나고 있는 동창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 알았다고 한다. 그러시면서 말씀하시길 90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통계적으로 5%로 나와 있다고 하면서 당시 졸업생이 삼백여 명 되었는데 간단하게 삼백 명으로 보고 5%로 보면 15명 정도가 생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중에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반도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 세 분은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만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냐고 말씀하셨다. 그곳에 모였던 모든 후배는 박수로 환영했다. 그런데 그 세 분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시는데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한 분은 지금까지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자랑까지 하시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셨다. 사회를 보신 선배님도 한 달에 한 번 그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하셨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동행이다.
초고령 사회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2025년인 금년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지금처럼 전통적인 가족 구조의 해체로 노인들이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건강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십 대의 건강을 걱정하면 오십 대에 준비해야 하고, 칠십 대의 건강이 걱정되면 육십 대에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즉 십 년 전부터 꾸준한 노력이 그다음 십 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을 칠십 대 후반으로 들어서는 제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노년의 건강을 말하면 매일 걷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그런데 칠십이 넘으면 팔다리 근육이 빠져나간다. 그 근육들이 우리들의 면역을 지켜주는 기본이다. 따라서 근육운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해서 낙상해서 문제가 생기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돈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함께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변에 친구가 떠나기 시작하면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삶의 무상함과 상대적 외로움 등이 함께 밀려와 우울하게 되고 말수가 적어지면서 마음의 벽을 쌓게 되어 스스로 고독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람들과의 신뢰할 수 있는 관계 형성이다. 먼저 부부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 친구 관계에서 배려와 존중 그리고 모든 것을, 항상 함께하려는 마음과 나누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모임들이 있다. 앞에서 말한 선배님들과 같은 아름다운 동행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다양한 방법의 모임이 있고 만남이 있다. 무던히 만나고 지냈지만 벌써 이삼십 년이 넘게 만난 모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모임을 보다 활성화해서 적극적으로 만나고 활동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임으로 아름다운 동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노년의 행복이고 이 사회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